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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7. 2020

[DAY75] 스페인의 하늘은 차원이 다르다

지수 일상 in Barcelona


다음 날, 일찍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 근처 카페로 향했다. sandwichez. 카페까지 가는 길은 약 3분 정도로 매우 가까웠는데 하늘까지 맑아서 기분 좋았다. 아침은 요거트를 먹어줘야 하루가 가볍다. 장이 편할 뿐만 아니라 맛도 있다.(제일 좋은 건 아침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됨) 오늘은 바르셀로에서 처음 먹는 아침식사라는 점에서 특별한 날이었기에 크로와상도 주문했다. 비록 식었지만 맛있었던 크로와상, 내일도 올 예정인데 따뜻했으면 좋겠다.



든든히 밥을 먹고 나서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나갈 준비를 했다. 처음으로 가볼 목적지는 카탈루냐 광장이었지만 가던 도중 다른 샛길로 빠지게 한 편집샵. Domesticoshop. 너무나도 내 취향인 것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방향제부터 비누, 디퓨저, 양초 등 사서 집으로 가져가도 쓸데없긴 한데 그래도 패키지가 너무 예쁜데? 하여튼 이 공간을 샅샅이 둘러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위층까지 갈 수 있었는데 동생이랑 같이 오면 조명에 환장할 공간임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 곳은 지하, 1층, 2층까지 있는 곳이라 조명 말고도 눈 호강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거울을 만나면 언제 어디서나 후면 카메라로 찍는 게 나의 공식 포즈인데 이럴 때마다 한국에 있는 집 엘리베이터가 그리운 요즘이다(아련)



야자수가 참 많이 보이는 바르셀로나



Hola-스페인 사람들은 어딜 가나 인사를 밝게  줘서 나까지 기분 좋아지는  같다.


길을 가다가 한 포스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포스터 속 언니가 입은 바지가 예뻐 보여서 피팅해보려 가지고 왔으나,,, 유럽 언니들의 체형을 고려하지 못했다. 다리가 너무나도 길어 길이를 조정한 후 잘린 자투리 천으로 작은 손가방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정도 바르셀로나를 구경하고 다녔는데 아직 다 알지 못하더라도 유명한 관광지, 도심지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는 무지, 무인양품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일본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왜지?



Ciudad Condal. 점심을 먹기 위해 타파스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에 들렀다. 타파스는 한국으로 따지면 반찬 같은 의미인데 한 접시로 조금씩 나오는 음식이다. 대표 음료 중의 하나인 샹그리아와 먹을 간단한 안주 같은 느낌? 푸아그라와 꿀 대구, 나중에는 깔라마리도 주문했는데 짜지도 않고 너무나도 맛있었다. 나는 샹그리아, 친구는 (시시하게) 스프라이트를 주문해 목을 축이기도 했다. 샹그리아, 너무나도 맛있어서 스페인에 오기 전 한 오빠가 말한 그대로 실천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오빠는 스페인을 여행하는 내내 샹그리아가 혈중에 항상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고 들은 후 그냥 넘겼는데 헛으로 들을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설득당해버렸다.



여행의 70퍼센트는 날씨가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오늘의 날씨는 100점이다. 스페인의 맑음이란 한국이나 크로아티아와는 시작점부터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좋은데 이런 날은 쇼핑이 최고지. &otherstories. 나의 최애 브랜드인 이곳은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가깝지만 먼 당신'같은 존재였는데 스페인까지 와서 이곳을 들리게 되었다. 크로아티아에도 없는 이 브랜드를 이곳에서 발견한 만큼 하나쯤은 꼭 사아지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거금을 질렀다...(사실은 세일을 하는 줄 알고 실컷 골라서 계산대에 가져갔는데 내가 집어온 것들마다 모두 신상품이라 할인을 받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밥도 먹고, 쇼핑도 했으면 식후로 커피를 마셔주러 가야죠? Dalston Coffee. 구글 검색으로 찾아온 커피 맛집인 이곳은 테이크아웃 위주 카페라 매장이 매우 협소했다. 한국 커피만큼 라떼가 고소하다는 평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주야장천 찾던 나는 오랜만에 아이스로 라떼를 주문했다. 결과는 성공적. 역시 여행을 하며 한국사람들의 말을 믿고 쫓아가다 보면 항상 본전은 찾거나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 너무나도 맛있는 라떼, 잘 먹고 갑니다!



Dalston Coffee 바로 옆에 있던 초콜릿 가게가 룸메이트의 발목을 잡았나 보다. 이 골목을 들어설 때부터 이곳을 봐 두었는지 골목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수많은 케이크와 초콜릿, 캐러멜 등 너무나 많은 디저트들이 모여있는 이곳에서 한참을 둘러보다가 결정을 쉽사리 할 수 없었던 친구는 결국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각각 다른 맛으로다가 초콜릿 몇 개를 구입한 룸메이트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친구의 표정에 나 또한 덩달아 행복해졌다.



체력 거지들이라 숙소로 돌아가 짐을 두고 잠시만 쉬고 나올 생각이었던 우리는 곧바로 침대 위에서 곯아떨어졌다. 한참을 쉬던(자던)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여름이 다가오는지 점점 해 길이가 길어졌고 길가의 모습은 노을을 맞이하며 점차 기다란 그림자를 옆에 끼고 있었다. 또 다른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선사하는 도시의 불빛과 더해서 기분이 말랑말랑 해졌다. 점심도 타파스 세 접시밖에 안 먹었던 터라 배고플 법했지만 워낙 개복치 배를 가진 나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함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제일 양이 만만해 보이는 팝 치킨을 주문했다. 친구도 메뉴 하나를 주문했는데 서버의 실수로 다른 음식인 립이 나와버렸다. 그 덕분에 공짜로 맛있고 푸짐한 저녁을 먹게 되어 친구는 식사시간 내내 매우 매우 행복해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오늘은 룸메이트 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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