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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9. 2020

[DAY77]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지수 일상 in Barcelona


아침부터 사연 많은 구엘공원의 사진을 받았다. 바로 어제 구엘공원에 다녀왔는데 왜 또 구엘공원인가 싶을 텐데 이야기는 이러하다. 전날 구엘공원에 가이드님과 함께 들렀는데 이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장소인 유료존은 이미 예약이 다음날까지 예약이 다 차 버려 입장을 할 수 없었고 멀리서나마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찬스! 아침 일곱 시 반 전에 이곳을 들른다면 무료로 입장해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잠들기 전, 룸메이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곳을 둘러보고 오겠다는 야심만만한 포부를 들어냈다. 나 또한 일어나서 친구를 따라가겠다는 호언장담을 했는데, 나의 무의식은 그러고 싶지 않았나 보다. 잠결에 친구가 깨운 기억은 어렴풋이 나는 것 같은데 아침잠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계속해서 잤다. 대신 친구가 혼자서 구엘공원 가서 찍어온 사진을 공유해주어서 침대 위에 누워 대리 감상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오늘도 날씨가 아주아주 좋다.



아침은 역시 요거트로 시작해야 마음과 속(장 건강)이 편안하기에 오늘도 숙소 근처 카페에 들러 요거트와 크로와상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다 좋은데 건 라즈베리와 같은 건과일이 같이 있는 건 좀 별로... 그래도 100중에 90은 마음에 드니 일단 맛있게 먹었다.



아침도 먹고 숙소에서 짐을 후다닥 싸서 체크아웃을 하니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오랜만에 아침에 카페인도 수혈하고 맛있는 커피도 맛보고 싶어서 캐리어를 끌고 걸어 약 15분을 걸어 한 카페에 갔다. Hidden Cafe Barcelona. 말 그대로 이 카페는 한 골목에 숨겨져 있었는데 규모나 위치에 비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카페 안에 있었다. 다들 날씨가 좋아서 마실을 나왔나 보다. 날씨도 화창한 데다가 카페 분위기도 활기차서 절로 내 기분이 좋아졌다. 스타벅스에 안 가면 마시기 힘든 아이스커피를 오랜만에 만났다. 산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유럽 커피가 굉장히 호호호, 극호였다.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한 가족이 다가와 합석을 해도 되는지 물었다. 카페가 굉장히 협소한 편이라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된다는 이야기 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부부와 함께 온 어린 아가가 너무 예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디일까?



전날 가이드님과 함께 왔지만 표를 미리 구매하지 못해 내부로는 들어가 보지 못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다행히 전날 표가 추가로 풀린 덕분에 입장권을 예매할 수 있었고 자그레브로 떠나는 날 조금 남는 시간을 할애해 관람하러 올 수 있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어 새삼 행복했다. 다시 봐도 정말 신기한 외부 조각, 설계도면도 없이 이 모든 것을 지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숲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하려는 의도로 지었다는 내부의 천장 모습. 그래서 그런지 입장하자마자 숲에서 하늘을 바라본 것 마냥 고개가 위쪽으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종교가 기독교는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경외심이 들만한 것 같았다. 그리고 스테인 글라스의 천국이기도 했다. 글자로 빽빽하게 조각된 성경의 내용과 서쪽의 파사드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차게 관람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명 깊었다. 부디 완공까지 되어서 다시 와보고 싶었다.



두 시간 정도 투어를 여유롭게 하고 나오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자그레브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기 전 바르셀로나에서 하는 마지막 점심식사였기에 신중하게 골랐다. 하지만 길에 서서 고르는 것만 하고 있자니 힘들기도 하고 관광지 근처 음식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에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을 골라 무작정 들어갔다.  이곳은 바로 딤섬! 마지막은 역시 아시아 음식을 먹어줘야 여행이죠? 아시아 음식은 어딜 가나 실패하지 않나 보다, 너무 맛있었다.



든든히 먹고 공항으로 가는 길, 떠나는 날 마지막까지 날씨가 좋은 바르셀로나. 또 오고 싶을 것 같다.



공항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바르셀로나의 공항. 여유롭게 출발해서 그런지 촉박하지 않게 비행기 보딩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에 타자마자 샌드위치를 주시 다뇨(방금 밥 먹고 와서 굉장히 배가 부르기도 했다.) 안 그래도 비행기에서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는 먹지도 못하고 꼭 쥐고만 있어야 했다. 이날 탄 비행기는  3-3-3 좌석이었는데 복도 쪽에 앉은 나의 옆으로 커플 두 사람이 탔다. 근데 비행 내내 아주 그들의 자취방에 내가 잘못 들른 줄 알았다. 장난치는 것부터 시작해 애정행각까지. 화나서 비행기에서 와인을 주문해 한두 잔 마셨던 것 같다. 그리고는 또 하나의 악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자그레브로 바로 가는 직항이 없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해야 했다. 그런데 터미널 간의 간격이 너무나도 넓은데 시간은 촉박해서 죽는 줄 알았다. 비행 내내 소화되었던 음식이 올라와서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허겁지겁 달려와서 도착한 두 번째 비행기. 다행히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편하게 왔다. 크로아티아 국적기를 탔지만 만만한 기내식(스낵)은 어딜 가나 똑같나 보다. 또 샌드위치가 간식으로 나왔지만 나에게는 부질없는 음식이라 거들떠보지도 안았다. 그냥 와인이나 마시고 자자라는 생각으로 연거푸 화이트 와인 두세 잔을 마셨다. 비행기에서 이렇게나 와인을 많이 마신 건 처음인 것 같다. 약간의 연착 때문에 늦은 시각 자그레브에 도착한 우리는 고민하지도 않고 우버를 불러 집으로 돌아갔다.(지난 교훈 덕분) 역시 집이 최고인가 보다. 자그레브 땅에  비행기 바퀴를 내리는 순간 모든 긴장인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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