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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06. 2020

[DAY94-97] 이렇게까지 축구에 진심이었던가?

지수 일상 in Croatia


이봐이봐. 시험 치는 날만되면 날씨가 좋고 조금만 여유로워져서 밖으로 나가볼까 하면 급 날씨가 안 좋아진다. 이거는 한국이나 크로아티아나 똑같은 거 같다. 속상한 마음은 딸기로 달래주는 게 최고인 거 같다. 새콤달콤한 데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마음껏 과일을 먹던 게 제일 생각날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부엌 불이 나가버렸다. 전날 내 방의 전등도 나가버려서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 오늘도 불이 나가버리다니. 제일 화나는 건 집안이 제대로 된 게 없다는 것 보가 집주인의 태도이다. 별거 아니니 네가 처리하던가, 아니면 내가 갈 수는 있지만 오늘은 바쁘니 안되고 내일도 바쁠 수 있으니 기다려 봐라? 정말 룸메이트랑 둘 다 화나서 집주인 Vedran한테 문자로 한 소리했더니 거짓말 안 하고 10분 만에 집으로 와서 갈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보고는 이거 not complicated 하다며 짜증을 냈다. 참내 우리가 전등을 못 갈아서 집주인 너에게 연락을 했겠니. 집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하지 말고 먼저 연락하라고 했으면서 한 번도 빠르게 일 처리해준 적 없잖아!!!!!! 빨리 계약 마무리하고 자그레브 뜨고 싶게 만드는 1순위,,,



집에만 있기에 아쉬운 날씨라 학교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잠시 나왔다. 아니 근데 학교 바로 앞 정원에 핀 꽃은 갑자기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거지?? 여름이 점점 다가오는 건지 조금 더웠지만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 바람이 솔솔 부느게 시원했고 기분 또한 좋았다.



The cookie factory. 다음 주 시험을 치기 위해 이왕 공부를 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즐겁게 하는 게 낫다는 주의라 도서관이나 집에 가지 않고 학교 근처 카페로 왔다. 한 번도 와보지 못한 동네의 골목에 있던 카페인 이 곳은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고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카페에서 무조건 커피를 마시지만 아직까지 속은 아프니까 디카페인으로, 얼음에 대해서는 강경파인 유럽이지만 날씨는 더우니까 아이스로, 커피만 마시면 섭섭하니까 당근 케이크도! 분명 기말고사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Forecasting 과목 숙제도 미리 풀어보기 위해 가지고 왔는데 1도 제대로 못 풀고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다가 집에 왔다. 역시 보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법인 것 같다.



오늘도, 역시나 저녁으로는 카프레제와 나의 사랑 체리까지! 행복하다.


다음날, 이곳 현지시간으로는 저녁 9시, 한국시간으로는  6월 2일 새벽 4시에 챔스 결승전이 열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펍에 가서 단체로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이 유럽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까. 이미 예약이 다 찼다는 소식을 듣고 아쉽지만 집에서 노트북으로 봐야만 했다. 평소처럼 노트북으로 보려고 하니 신호가 계속 끊겨 선수들이 공을 차는 걸 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지만 한 번도 켜본 적 없는 TV로 보려고 전원을 켰는데 리모컨에 배터리가 없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고 성격이 급해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한국에서 갖고 온 공학 계산기를 뜯어 리모컨 배터리와 합체를 해 경기를 보았다. 한참을 고생한 우리는 저녁까지 까먹고 있다가 문득 배가 고픈 걸 느끼고 9시가 넘어 비빔면을 먹었다,,,,맛은 얻었지만 그나마 나아가는 내 위는 또 버렸다.



폭풍이 지나가고 찾아온 주말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하늘도 쨍쨍하니 일단 밖으로 나가야겠다.



지원이의 미친 여행 일정에 맞춰 미루던 HW을 하기 위해 광장을 지나 카페로 가던 길, 옐라치치 광장도 곧 그립겠지? 그러든가 말든가인지 광장에서는 오늘도 역시나 우리를 빼놓고 행사를 하고 있었다. 섭섭해 자그레브?



지원이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커피를 주문했다. 홀짝홀짝 카페인을 충전하면서 지금껏 진도 나갔던 분량을 잠시 살펴보았다. 와,,,,진짜 수업 안 들은 티 나는데? 지난번 뇌우 때문에 하루 빠진 거 말고는 100퍼센트 출석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곧이어 온 지원이도 나와 같은 상태여서 과제를 하는 내내 HW 수준이 아니라 거의 인내심 테스트인 줄 알았다. 얼른 집에 가자.



힘 쪼옥 빼고 집에 들어가면 또 요리하기 싫을게 뻔하다. 이렇게나 나의 미래를 잘 아는 덕분에 집에 곧장 가지 않고 근처 빵집에 들렀다. 딱 한번 가본 빵집에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빵집에서 파는 피자는 다르겠지라는 생각에 맛있어 보이는 걸로다가 포장해 왔다. ps. 저 인형들은 지나갈 때마다 보는데 볼 때마다 무섭,,, 더 맛있을 줄 알았는데 맛없다. 너무나도 짜다 애미야?



드, 디, 어!!!! 이번 학기의 마지막 시험까지 다 쳤다. 시험은 10시에 끝났지만 12시에 성적 사인을 받아야 해서 학교 근처 빵집에서 크로와상과 요거트를 먹으며 존버 하기로 했다. 요거트를 샀지만 가게에서 먹을 줄은 몰랐겠지? 스푼도 없이 요거트를 먹는 묘기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더디게 갔다. 커피라도 마셔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고 바로 옆 카페로 가 야외 테라스에서 2시간을 버텼다.



Burgeraj. 무사히 Strategy Management를 패스하고 오랜만에 지히와 점심을 먹기 위해 집 근처 햄버거 집으로 왔다. 47kn(약 8500원 정도)에 수제버거와 감자튀김까지, 맛도 있고 양도 꽤 많아서 만족한 식사였다!! p.s. 여기는 무조건 현금으로 계산해야 하는 곳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나와 지히는 주문을 한 후 가게 근처에 위치한 ATM로 가서 현금을 뽑아와야 했다. 만약 이곳에 가게 된다면 무조건 현금을 챙기자!



오늘도 하늘이 푸르렀던 날. 맛있는 점심까지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축구 본 날 저녁에 비빔면을 먹어서일까,,,,또다시 속이 아파서 지원이에게 약을 받아왔다. 이날은 이거 안 먹었으면 진짜 데굴데굴 굴렀을 것 같다. 건강이 최고라는 걸 잊을 뻔했는데 또 이렇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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