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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Oct 07. 2020

[DAY7] 어디서나 당. 당. 하게 걷기

지수 일상 in Croatia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오리엔테이션 강의 참석. 총 3가지, 매일 한 가지 수업만 듣는데도 불구하고 3시간 동안 영어로 범벅될 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Business Forecasting. 한국말로 번역하면 경영예측 정도? 한국어로 개설된 강의였어도 선뜻 선택 안 할 과목인데 영어로 크로아티아에서 수업 듣다니. 나에게만큼은 나름 과감한 선택이라 전날부터 큰 맘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8시 수업이라 아침도 못 먹고 일찍 출발했다. 집에서 광장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학교로 가는 트램을 타기 위해서 항상 광장으로 나와야 하는데 드 넓은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학생인지, 또는 나처럼 교환학생인지, 그리고 주부인지 회사원인지. 옷차림이나 손에 든 가방을 통해 남몰래 유추해보는 게 이곳에 도착한 후 생긴 나만의 놀이법이다.(사실은 데이터가 없어서 반강제적으로 하게 된 놀이) 이날은 괜히 필름 카메라 어플을 이용해서 트램을 찍어보았다. 현대식 트램과 상반되는 크로아티아의 오래된 건물이 의외로 조화롭다.



역시 어제 참석했던 수업만 이상했나 보다. 오늘은 딱 30분만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조금은 딱딱해 보이는 젊은 교수였지만 학생들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앞으로 한 학기 잘 부탁합니다 교수님? 날씨도 이전보다는 많이 풀리기도 했고 트램을 타고 오는 길도 조금 더 살펴보고 싶어서 이날은 되돌아 가는 길을 걸어가 보았다.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도 보고



기억을 더듬어 걷다 보니 매번 트램이 살짝 꺾인 후 갈림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로터리도 찾았다. 원형 건물이 중심에 위치해서 볼 때마다 눈 길이 갔는데 구글로 알아보니 미술관이었다. 나중에 가볼 미술관이 하나 더 늘었다. 메모해놔야겠다.



감성 가득한 후지 필름.

자그레브에는 주차 때문인 걸까. 생각보다 소형차가 많았는데 그래서인 건가? 색깔로 남다름을 승부 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았다.(쇠똥구리 색 또는 파리 눈 색을 가진 차도 있었다.)



트램을 타면 약 15분 정도 걸리지만 걸어오니 약 45분이 걸렸다. 오는 길에 마트에서 장도 봐서 좋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번도 혼자 장 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자그레브에 와서 실컷 보는 것 같다. 자취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하나 가진 것 같다. 오랜만에 걸어서인지 다리도 아프고 무겁게  들고 온 장바구니 때문에 팔도 아팠지만 알찬 오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했다. 점심으로 미니 양배추, 버섯, 양파도 넣어서 파스타를 해 먹었는데 날로 늘어나는 실력인 것 같아 출처 불분명한 자신감이 차올랐다.(요리왕들이 보면 비웃을만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레벨 업해서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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