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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Oct 08. 2020

[DAY8] 살랑 흔들리는 커튼 틈

지수 일상 in Croatia


일주일 중 수강신청 예정인 수업이 끝나는 수요일. 오늘도 역시 오리엔테이션이라 그런지 일찍 수업이 끝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에는 집에 금은보화가 있는 것처럼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역마살은 있지만 집은 법인 것 마냥 곧잘 찾아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았던 이 집 창문은 큼직하지만 많지는 않은 탓에 의식적으로 자주 환기시키려고 노력했다. 답답한 걸 싫어하는 것도 있었지만 환기를 자주 시키는 엄마 곁에서 보고 배운 게 큰 것 같다. 바람 이 솔솔 들어오도록 환기시키면서 창밖을 구경하는 게 큰 낙인 요즘이다. 시내 근처라서 그런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차림새를 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에는 한국의 이마트처럼 대표적인 마트가 여러 개 있는데 그중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콘줌(konzum)이다. 큰 몰 안에 있어서 다양한 상품이 있기도 하고 가장 매력적으로는 무인계산대가 있어서 간편하다. 어제 콘줌에 들러 장을 봐왔는데 겉표지만 봐도 믿음직스럽지 않은가? 우유 속 지방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가장 안전하게 중간인 2.8퍼센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웬걸? 한국에서 가장 고소한 우유라고 생각되는 파스퇴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런데 2리터에 할인할 때 사면 2천 원도 안 하다니... 크로아티아에 와서 우유나 실컷 먹고 가야겠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룸메이트 선아와 과일만 사러 돌라츠 시장에 왔다. 이 정도면 돌라츠 처돌이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장보기에 진심인 우리였다. 낯선 땅에서 못 먹고살면 그것보다 불쌍한 건 없다며.(사실 핑계. 너무 잘 먹어서 탓이다.) 하지만 점심까지 먹고 와서 일까. 1시가 넘는 시간에 갔더니 돌라츠시장은 거의 접는 분위기였다.



선아는 청포도를 먹고 싶어서 주인 아저씨에게 한 송이 가격을 물어보았다. 한 송이에 2쿠나. 약 400원 정도? 지금 생각해보면 한 5-6송이는 살걸 싶지만 당시에는 여행을 앞두고 많이 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선아는 딱 한송이만 샀다. (집에 와서 먹더니 더 살껄하고 후회했다지) 포장해주시는 아저씨가 갑자기 ‘꼬레아?’라고 물어보셔서 놀랐다. 보통 유럽에 가면 차이나? 재팬? 하고 많이 묻는데 꼬레아라니. 꽃보다 누나 덕이 크긴 큰가 보다 하고 신기했다.





TORTEito

장을 다 본 후, 구글 지도에서 찾은 집 근처 골목 카페에 가볼 겸 산책을 나섰다. 마침 춥지도 않고 집 주위에 위치한 많은 카페를 투어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한걸음에 도착했다. 만약 내가 구글 지도가 없는 여행자였다면 관광지만 갔다가 이런 곳은 죽었다 깨어나도 가볼 수 없었겠지.



이런 날은 무조건 야외 테이블이다.

한국에서 사망년이라고 불릴 만큼 가장 치열했던 3학년 2학기 시절, 유일하게 힐링하는 시간이 있었다. 자기 전 한 시간 정도 캄캄한 방 안 침대에 누워 구글 지도를 뒤져 자그레브 맛집, 카페, 미술관 등 가볼만한 곳을 집어두는걸 취미 삼아했다. 그때부터 가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와보다니. 커피는 아직 맛도 안 봤는데 벌써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도 등장한 Huji Film. 어딜 가든 비슷할 카페라테인데, 심지어 라테 아트도 없는데 감성 돋게 만들었다. 한국에 있으면 주로 아메리카노,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여행만 오면 괜히 라테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사실 아이스가 익숙하지 않은 유럽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기엔 내 입맛이 너무 준비가 안 됐다.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아직 조금은 이른가. 엄마와 통화를 하며 바람을 맞으니 살짝 머리가 띵하기도 한 것 같다.


쌀쌀한 온도지만 다시 실내로 들어가기엔 아쉬워서 야외용 담요도 덮고, 팔로 이리저리 비볐다. 주변도 눈을 굴리며 살펴보니  건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발견할  있었다. 10 정도 힐끔힐끔 쳐다보니 패션 잡지 촬영장인    있었다. 문득 자그레브에서 패션쇼도 하는 패션의 도시라는  생각났다.  맛에 다양한 사람들을   있는 수도에 사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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