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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10. 2020

[DAY103] 유럽의 아이스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아니지

지수 일상 in Berlin


어제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찌뿌둥한 것 같다. 한인민박에서 제공해주는 조식을 먹었는데 한 방을 함께 사용한 사용한 친구와 먹게 되었다. 여행을 하며 동갑인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이럴 때 보면 신기한 인연이 참 많은 것 같다. 전날 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말은 꽤 잘 통했고 이 친구는 오늘이 베를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아쉽기도 해서 하루의 첫 시작을 함께하기로 했다.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서야 하는 탓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카페에 가기로 했다.



Cafe Lebensart. 수많은 케이크가 들어있던 케이지 속 과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케이크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나는 날씨가 덥기도 하고 속에서 괜히 열이 나는 것 같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 곳 사람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익숙하지가 않은 건지 서빙해준 정체불명의 음료를 아이스커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커피와 우유, 그리고 크림과 이이스크림이 들어간 파르페 같은 음료 말이다.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 나지만 단 커피는 거의 먹지 않는데 받자마자 이건 뭔가 싶었다. 같은 음료를 주문한 우리 둘은 음료가 나오자마자 당황했다. 달달한 케이크를 주문하면 당연히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정답 아니었던가? 안 그래도 케이크가 단데 음료까지 달아서 당뇨 걸릴 뻔했다. 심지어 내가 주문한 케이크는 잘 못 나왔다. 마음에 안 드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단 게 조금 문제였지 맛있어서 기분은 조금 풀렸다.



조금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는 베를린의 유리벽. 이곳 사람들은 벽이라는 벽만 보면 스프레이로 그래피티를 그리나보다. 베를린의 메트로 역사에는 다양한 포스터가 걸려있었는데 (성형 등 상업적인) 광고만이 가득한 지하철을 경험한 나에게는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의도치 않은 힙을 선사하다니 놀랍다. 그나저나 신기방기한 이 나라의 B 사용법을 보면 신기하다.



만난 지는 얼마 안 된 사이었지만 동갑내기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연락은 안 할 것 같지만 이곳에서의 추억을 함께한 사이로 남는 것, 꽤 괜찮은 것 같다.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남은 하루를 즐겨보고자 떠나는 길. 오롯이 혼자 보내는 날이라 그런지 조금 긴장되기도 하면서 설렌다. 담쟁이가 건물을 삼켜버릴 것 같은 건물도 지나 도착한 이곳은 KW 현대 미술관.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들어가자마자 초록 초록한 풀이 반겨줘서 놀랐다. 순조롭게 일이 되는 것 같더니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다. 표를 결제하고 손에 짐이 있어서 락커룸에 보관하려고 했다. 그곳에는 동양인 남성분 한 명이 있어서 그렇구나 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갑자기 한국어로 '즐겁게 감상하세요'라고 말했다. 정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러면서 락커 비 1유로를 무슨 선물처럼 주셔서 얼떨결에 감사인사를 하고 받았다. 알 수 없는 여행 중에 만나는 서프라이즈인 것 같다.



진정한 ASMR을 느끼고 왔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 뽀득뽀득한 소리, 돌이 굴러 다니는 소리 등 감각을 자극하는 소리가 방 가득히 울려 퍼졌다. 흑백의 현대 사진들이 즐비한 이 곳, 평상시와 같았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미술만의 매력에 잠시 동안 흠뻑 빠져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쌓기

뉴욕에서도 본 듯한 작품

나의 눈을 사로잡은 작품, We Care For Your Eyes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안 왔으면 후회할 뻔할 정도로 마음에 든 전시공간이었다.





오후 7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오늘 저녁을 함께 할 사람은 바로 내일부터 함께 여행을 하게 될 동행친구 희영이와 어제 함께 했던 동행 오빠이다. 사실 나와 희영이, 희영이와 동행 오빠는 아예 얼굴을 처음 보는 사이였는데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해 모였다. 이렇게 신기한 조합으로 만났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겼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독일에 왔으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하는 음식을 추천받아 이곳으로 왔다. 바로 학센과 아이스바인! 주문을 하고 나니 고기만 먹는 파티인 줄 알았다. 학센(왼쪽)과 삶은 고기인 아이스바인(오른쪽)은 모두 족발을 요리한 음식인데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음식이었다. 내 취향으로는 아이스바인이 더 맛있었는데 그래도 제일 맛있었던 것은 사이드로 나온 감자! 맥주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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