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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11. 2020

[DAY104(1)] Zeit für Brot

지수 일상 in Berlin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은 바로 아침부터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있을 때 엄마가 매일 아침마다 한식을 만들어 줬는데 더부룩하다는 이유로 자주 안 먹었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맛있는 아침을 먹지 못하니 하루하루 맛보는 한식 아침이 그렇게나 맛있을 수가 없다. 좀 배가 고파봐야 그 소중함을 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하루 한 끼는 그래도 밥으로 챙겨 먹어야겠다.



오늘은 어제저녁을 함께 먹은 희영이와 여행하는 첫날이다. 아주 오래 전은 아니더라도 약 2-3주 전 그녀와 연락이 닿았다. 유랑에서 알게 된 그녀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학생이었고 휴학을 해 잠시 유럽여행을 왔다고 했다. 나는 교환학생이라는 약간의 방패 삼을만한 것을 끼고 왔는 거에 비해 여행만을 위해 혼자 유럽을 방문한 그녀의 용기가 대단했다. 하여튼 오늘 처음 방문한 이 곳은 바로 베를린에서 유명한 성당이었다. 사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성당을 마주할 수 있는데 사실 나는 별로 이곳을 방문하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기독교가 아니기도 하지만 내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함께하는 희영이가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도 하고 베를린의 상징이자 나 또한 오랜만에 성당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 선뜻 가기로 했다. 돔 형식의 천장이 특이하기도 했지만 천장이 매우 높아 눈은 번쩍 뜨이고 입은 우와 하듯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한쪽 벽에 설치되어있는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가 궁금하기도 했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베를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또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점점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높을 줄 몰랐을 뿐더러 이렇게까지 햇볕이 따갑고 온도가 높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거친 숨을 몰아 헥헥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꽤 박자감 넘치는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뒤따라 올라오는 사람들 또한 나의 뒤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체감하기에는 30분 정도 오른 것 같지만 시계를 바라보니 10분 정도밖에 안된 시간이 흘렀다. 숨이 가빠와 많이 힘들었지만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잘 올라온 것 같았다. 그늘 한 점 없는 꼭대기였지만 그래도 약간의 바람이 불면서 땀을 식혀주기도 하면서 정말 360도로 베를린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온통 청동 투성이인 이곳, 베를린 돔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Zeit für Brot. 더위도 식힐 겸 점심을 간단하게 때우기 위해 들렀다. 베를린에 오기 전 유튜브나 블로그를 뒤져가며 가볼만한 곳을 몇 군데 꼽아 왔는데 그중 한 곳이 여기였다. '빵을 위한 시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 가게 밖 테라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맛집이 맞나 보다. 잘 찾아왔다. 날씨는 덥지만 테라스를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 답게 실내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고 다들 밖에 앉아있었는지 그들이 왔다간 흔적이 가득하다. 매장 안쪽에 위치한 유리벽 너머를 보니 이곳에서 직원이 직접 빵을 만드나 보다. 간간히 반죽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크럼블이 가득한 파이와 이곳의 시그니처 베이커리인 시나몬 롤을 주문했다. 당연히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가게라 그런지 아메리카노라는 커피를 메뉴판에 적어놨는데 아쉽게도 얼음을 추가한 아이스는 돈을 추가해야 했다. 그런데 충격적 이게도 얼음을 기계에서 퍼담는 게 아닌 미니 아이스박스에서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아... 정말 이나라 사람들이 아이스커피를 안 마시는 구나하고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 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어 너무나도 행복했다.



빵 냄새가 많이 나서 그런지 신기하게도 테라스뿐만 아니라 매장 안까지 한 두 마리의 참새가 드나들었다. 그 누구도 놀라거나 하지 않아서 그런지 오히려 이들을 귀여워했다. 깜빡하면 의도한 인테리어인 줄 알 정도로? 너무나도 여유로운 이곳, 행복하다.



당을 충분히 채웠으니 또다시 걸어볼까? 길거리로 나온 뒤 올려다본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미친 듯이 쨍쨍했던 베를린.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도시의 분위기가 활기차다.

 


카페 근처에는 다양한 셀렉 샾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아프리카풍 가게도 있어 이것저것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베를린 답다. 이곳을 나온 후 걸어가다가 마주한 이곳, 코스. 아니 근데 할인을 한다고? 그럼 지나칠 수 없지. 일단 못 먹어도 고니까 들어가 보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 한 원피스가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서 무려 50퍼센트나 할인을 했다. 그럼 내가 결제를 했겠어요 안 했겠어요? 결제는 정말 재채기처럼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과정이었다. 돈을 썼지만 돈을 번 느낌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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