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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13. 2020

[DAY105(1)] 독일의 다른 면을 보다

지수 일상 in Berlin


오늘도 어김없이 조식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든든하게 먹고 집 밖을 나서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괜히 여행이 아니라 정말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 하여튼 한 끼를 굉장히 잘 챙겨 먹는 게 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사소한 거에서 기분이 상해버렸다는 거다. 이곳 한인민박은 예약하는 단계에서 숙박비를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방문해 민박 사장님에게 현금으로 결제를 해야 한다. 조금은 특이한 구조였지만 그래도 뭐 어렵지는 않아 현지에 도착하며 결제를 하려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떼려고 하셨다. 나도 유럽에서 살면서 ATM 기기를 이용 안 해본 게 아닌데 상식적인 수준을 뛰어넘은 가격을 요구하셨다. 이곳 물가가 다 그렇다고 하셔서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뭔가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추가로 요구해서 내가 ATM기기를 통해 인출 후 주겠다는 말을 하니 그 이후부터 태도가 굉장히 불친절해졌다. 역시나 ATM기기에서 요구하는 수수료보다 한인민박 사장님이 요구하는 수수료는 거의 2배 정도였고 여기에서 기분이 상해버렸다. 외국 나가면 현지에 사는 한국인이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여기서 조금 '그런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현지 교회에서도 꽤 높으신 분 같았는데 굉장히 의아한 부분이었다.



33도까지 올라가지는 말자 제발? 24도가 제일 좋단 말이에요. 오늘 하루도 날씨 어플을 찾아보며 시작한다.



오늘 하루 중 오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살면서 그동안 많이 여행을 다닌 편은 아니었다. 여행을 해도 매번 가던 곳만 가서 일까 여행을 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하루를 보냈던 적은 극히 드문 것 같다. 이런 여행 취향을 가지고 있던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안정, 그리고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표처럼 구체적으로 설계한 하루를 여행지에서 보낼 때 그 무엇보다 알차게 하루를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이곳은 여행지 아닌가? 나의 작은 목표라고 하면 여행지에서 일상의 여유를 즐기자는 것! 놀러 왔는데 너무나도 고되고 지치면 오히려 일상에 돌아와서 피곤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여행지인 이 곳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일의 삶이 계속되는 일상일 뿐. 나도 그 속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고 싶다. 오늘도 이곳저곳을 혼자 둘러보는 일정은 계속된다. ARKET.



여기만 그런 건가? 길을 걷다 보니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바로 길 위, 공중에 수도관이 지나다닌다는 것.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걸으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꽤 색깔과 그 자태는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멀었지만 말이다. 산책하듯이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당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꽤 자주 봐서 그런지 감흥은 없었다.



꼭 와보고 싶었던 공간에 드디어 도착했다. Topography of Terror. 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야외에 전시된 사진과 글에 집중했다. 건물 외부에 걸려있던 사진들은 매우 사실적이었으며 충격적이었다. 과거 역사 흐름의 순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료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던 이 곳.



사진자료가 꽤 많이 남아 있어서 놀라웠다. 그보다 지금은 관련된 이야기마저 쉽게 꺼내기도 어려운 '나치'를 동경했다고까지 생각되는 옛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조금은 소름이 돋았다. 웃으면서 히틀러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특유의 경례 인사를 하면서도 그 미소는 금방 뒤 돌면 가면을 쓴 것처럼 살인에 익숙해져 가는 국민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깊은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치에 의해 학살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진으로,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전쟁이 당장의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진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만 하더라도 현재는 휴전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 너무나도 그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약 두 시간 정도 서서 관람을 하고 나니 배도 고프고 더위에 지쳤다. 앉아서 쉴 공간이 필요했던 나는 조금만 더 걸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맸다. West Berlin(Coffeenar & Mediashop). 잠시 에스프레소와 같은 커피를 마시고 나가는 일반적인 독일 카페와 달리 이곳은 노트북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한국의 카페처럼? 아 물론 테라스에 앉아 잠시 커피만 마시고 가기도 한다. 근데 왜 카페에 에어컨이 없어?



나는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니까 콜드 파스타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하면서 오늘도 역시나 "Lots of ice, please"를 덧붙여 이야기해야 했다. 주문을 하면서 말을 덧붙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더위에 찌든 나의 상태를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얼음을 많이 넣어줬다. 착한 언니네? 파스타를 콕콕 집어먹으며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엄마와 영상통화도 했다. 자그레브에서 학교를 다닐 때와 다르게 요즘은 매일 여행을 하기 위해 나서고 숙소로 돌아오면 씻고 자기 바빠서 그런지 자주 엄마와 연락을 하지 못했다. 미안하면서도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느라 입이 아프도록 수다를 떨었다. 역시 내 베스트 프렌드는 우리 엄마인 것 같다.



원래는 Check Point Charlie에 가려고 했다. 그래서 여기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카페인 West Berlin에 들린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며 이곳과 관련된 평을 구글 맵과 블로그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는데 죄다 입장료에 비해 별로이고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오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실컷보고 와서 그런지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이럴 때는 혼자 여행하는 게 좋다. 빠른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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