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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Mar 04. 2024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나이

feat. New Orleans Jazz


New Orleans Jazz :

유럽의 하모니 + 아프리카의 리듬

Congo Square

약 250년 전, 어느 일요일( 자유의 날) 그들은 한 광장으로 모여든다.

고향을 떠나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인들은 하루에 12-14시간씩 고된 일을 하며 일주일에 단 하루 ‘자유의 날’ 이라 불리는 그 날을 위해 버틴다.


함께 모여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그리운 고향의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북, 조롱박, 탬버린, 팬파이프의 일종인 'quillpipes'라고 불리는 악기를 연주한다.

아프리카 노예들의 문화적 영향을 받아 개발된 벤조( Benjo, mbanza)라고 불리는 현악기의 등장도 바로 이즘이다.


그들의 음악이 당시 아직은 '재즈'라고 불리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뉴 올리언스 스타일의 재즈의 시발점이자 발원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곳은, 콩고 스퀘어라고 불리는 광장이다.

현재 프렌치 쿼터 북쪽의 램파트 스트리트 건너편에 있는 루이 암스트롱의 기념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Louis Armstrong

뉴 올리언스는 미국 내에서도 역사적으로 정말 다양한 문화가 버무려진 곳 중 하나다. 프랑스, 스페인, 아프리카 등, 그리고 후대에 가서는 더욱 다양한 문화들이 더해지게 된다.


다음 화에서 다룰 주제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Acadia 지방에 있던 프랑스인들이 17세기 후반 아카디아 지방이 영국에 점령되면서 각지로 이주하게 되는데, 뉴 올리언스도 이러한 이주지 중 하나였다.


현재 우리가 Cajun이라고 알고 있는 문화의 전반이 바로 그 당시 이주하여 뉴 올리언스에 정착하게된 Acadian( French- speaking Catholics) 들의 문화 및 생활 양식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뉴 올리언스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문화적 정체성이 Creole (크리올)이다.

오늘 여기에서는 뉴 올리언스식 재즈 탄생의 자양분이 된 다양한 문화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것이므로 크리올에 대한 정의만  간단히 언급만 하겠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 시대가 막을 내리고,  루이지애나가 미국의 소유가 되는 시점인 18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부터 루이지애나 지역에 살던 모든 사람, 즉 프랑스인이든, 스페인인이든, 아프리카인이든, 혹은 그들의 혼혈이든  상관없이 본래 그 지역에서 태어난  '원주민'모두와 그들이 가진 문화, 혹은 정신적 유산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Creole이다.


사실상 Creole의 의미는 단순한 인종 혹은 (음식 등의)생활 양식적인 규정보다도 훨씬 넓은 개념의 정신적 유산과 문화적 정체성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설명이 너무 길었지만 뉴 올리언스의 재즈는 바로 위와 같은 문화적 다양성에 뿌리는 두고 오랜 세월 발전해 온 음악 장르인 것이다.


물론, Jazz는 New Orleans에서만 나타난 음악 장르는 아니다.

 

그러나, 특히 New Orleans 스타일의 재즈가 주목받은 이유는 위와 같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생겨난 특유의 재즈가 1860년대 부터 1900 년에 이르기 까지 융성하게 발전해 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이곳은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미시시피강 덕분에 미국 남부 최대의 도시가 되어 인구가 많아졌고 사람들이 활발히 교류하던 이곳에서 재즈도 그 도시와 함께 발전해 나간것이다.


이후,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Great migration이라 불리는 미국 내 대이주 ( *191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약 600만 명의 흑인이 미국 남부에서 북부, 중서부, 서부로 이주한 것)와, 음반 녹음 기술의 발전, 뮤지션들의시카고 혹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로의 이주 등으로인해 뉴 올리언스 재즈가 미국 전역에 퍼져나가게 된다.




재즈를 통해본 인생의 빛나는 순간


인생이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나이는 언제일까?


무엇이나 꿈꿀 수 있는 파릇한 초봄 같은 10대?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한여름과 같은 열정의 20대?

젊음과 경험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어 강약, 중강약 조절이 가능할 법한 늦 여름과 같은 30 대?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하는, 하지만 아직은 유혹이 많은 나이. 어느 날은 더웠다가, 또 어느 날은 추위가 곧 닥칠 것만도 같은 초 가을같은 40대?

다시 자아를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을 시작할 나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까 모를까하는 절정의 가을 같은 50대?

가장 적당히 세상 이치를 알 것도 같은, 만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괴로움이 사라질 만한 고요한 겨울 같은

60대?

여름의 불같은 더위를, 가을의 공허함을, 겨울의 추위와 고단함을 버티고 결국은 뚫고 나와 다시 새싹을 피우는 나이, 다시 돌아온 기특한 봄 같은 나이 70대?


언젠가 유시민 작가가 방송에 나와 말하길 본인이 태어났던 1959년은 기대 수명이 50세가 조금 넘던 시절이었는데, 현재 63세인 자신이 여전히 현업에서 작가이자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니 현대 한국사회가 자신에게  몇 십년의 보너스 같은 인생을 선사 한 준 것이 아니냐고 했다.


2023년 7월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현재의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세이다.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기대 수명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 임은 분명해 보이니 우리는 계속하여 보너스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도 든다.


기대 수명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말 그대로 기대되는 것을 뿐이지, 반드시 누구나 83.6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니,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될까도 문제겠지만,  그전에 나는 우리에게 깊숙이 자리 잡은 나이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나이가 들어야 진정으로 빛나는 일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아마도 재즈 음악인가 보다.

Fritzel's European Jazz Pub

뉴 올리언스에서의 재즈 앙상블은 보통 트럼펫, 클라리넷, 트롬본, 그리고 알토 또는 테너 색소폰 등의 악기들이 멜로디를 주도하며, 피아노, 베이스, 그리고 드럼세트 등의 악기들은 리듬 세션을 담당한다.


트럼펫은 주로 음악의 주제나 화음을 이끄는 역할을 하며, 높은 음역대로 관객의 흥을 돋우며 곡의 멜로디를 주도한다.


한편 클라리넷은 트럼펫보다 훨씬 다양한 감정을 미세하게 표현하며, 더 풍부한 음색과 광범위한 음역대를 활용하여  보다 유연하게 멜로디를 전달한다.

출처: https://fritzelsjazz.com/gallery/

특히 이분,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Tom, 할아버지에 가까운 아저씨다.


나는 재즈를 포함한 각종 음악을 잡식성으로 즐겨 듣긴 하지만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따라서 Tom 아저씨가 얼마나 연주를 잘하는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나, 예술적인 영역이란 완벽함을 추구하는 분야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나 마음으로 하여금 아름다움과 기쁨 혹은 환희를 느끼게 하는 영역이라고 본다면 이 아저씨는 100%, 아니 200% 나에게 그런 충만감을 선사해 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Tom 아저씨를 포함한 모든 멤버의 평균 연령은 적어도 50대 중반? 60대?로 보였다.


사실 Fritzel's Jazz Pub의 위의 팀 뿐만이 아니라 다른팀도 마찬 가지로 젊다고 느껴지는 연주자는 드물었다.Preservation Hall에서의 공연에서도 그랬고, 어느 다른 곳에서 본 재즈 명인들도 모두 그랬다.  


물론 내가 미처 못 본 젊은 재즈 음악가들이 많을 것이다.

뉴 올리언스의 재즈와 사랑에 빠져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뮤지션도 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뉴 올리언스 재즈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연주자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은 연주자들인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담은 노랫말로 감동을 준 재즈 트럼펫 연주자


평생을 이 지역에서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서 살아온 이가 한 청중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관객:  Preservation Hall에서 평생을 연주해 왔다고 했는데, 그곳의 뮤지션들은 언제 은퇴를 하나요?


트럼펫 연주자: 은퇴요?..... 글쎄요. 이 홀에서 은퇴란 없습니다. expired 될 뿐이죠. ( 죽어야 끝나는 것이라는 뜻이다)


연주자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관객들이 웃는다.

그의 대답에 나는 생각했다.


지금의 우리는 인생을 너무 빨리 살아간다. 심지어, 남들보다 두배로 세배로 빨리 앞서 가려고 한다.

보너스로 얻은 몇 십년이 있으니 슬슬 살아갈 만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전 세대에 비해서, 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인생의 성공을 이루려 하고, 안정된 삶을 바란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되길 희망하나보다.

내 앞에 앉아있는 뮤지션들의 연주가 숨 쉬는 듯 자연스럽고, 물 흘러가듯 유연하다.

저들이 하루라도 빨리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달려왔다면,  과연 저런 편한 연주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어떻게 생각하면 60대, 70대가 되어야만 정말 자신이 무엇을 원했고 열렬히 사랑했는가를 알 수 있을지 모를 일인데 우리는 너무 빨리 모든 것을 미리 결정하려고 든다.


빨리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뒤돌아 보지 말고 나아 가야하는 현실.

그러다 보니 빨리 지치고, 빨리 쉬려고 파이어족 이라는 시대적 군상이 나온 것이 아닐까?


참… 여행이란,

신기하게도 생각지도 못한 생각이나 깨달음을 선사할 때가 있다는데 가장 큰 매력이 있다.


나는 그저 뉴올리언스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즈를 들으러 갔을 뿐인데, 그곳에서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60대 70대가 되지 않을까 라는 설레는 생각!


빨리 가려고 하지 않겠다. 느긋하게 즐기겠다.

인생의 빛나는  모든 순간들을!

You don’t have to be defined.
If you don’t  make it in your 20s,
you can make it in your 30s.
If you don‘t make it in your 30s,
you can make it in your 40s.
And If you don’t make it in your 40s,
you can make it in your 50s.

Just remember Grandma Moses.
She was a painter who didn't start painting until, I believe, her 80s, and she became one of the most accomplished artists.

 It's never too late!
Have fun; that's what it's all about.

< 무려 25년을 방송한  미국의 'Judge Judy'라는 리얼리티 쇼의  진행자인
판사 주디의 인터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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