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영혼의 그릇

한 여름 치열하게 보낸 텅빈 매미 시체를 마주한 날

by 이루다엄마

잠시 쉬는 시간, 아침부터 아이 셋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부리나케 일을 뛰고나서 한 숨 돌리는 시간이다.

차에서 내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땅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매미를 본다. 개미의 흔적인 걸까? 누군가에게 뜯겨져 속이 훵하게 비어져 있다. 매미를 본 찰나, 별의별 생각이 지나간다.


매미는 어디로 갔을까? 속이 텅 비어 버려진 이 껍데기는 매미가 아니라는 단정하에 혼자 되뇌인다.


뜨거운 여름 내내 자신이 태어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울어댄 매미는 2025년 여름이란 시간 속에 자신의 영혼을 노래로 새겨 놓고 그렇게 사그라져 갔다. 매미의 사체 앞에서 이건 매미가 아니라고 혼자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죽음, 그 시간이 돌아온다면 나는 어디에 남겨져 있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의 몸뚱아리를 나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치열하게 살아 낸 내 인생의 시간 속에 아로 새겨 놓은 나의 눈물과 땀과 웃음 그리고 호흡들이 “나”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오랫동안 하지 못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한없이 누추하고 보잘 것 없다고 하더라도, 나의 영혼 그 숨결이 남긴 이 시간들을 기록해 보기로 한다.


언젠가 다 뜯어먹힌 매미처럼 껍데기만 남을 나에게 네 인생이 치열했던 그 시간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고 다독이며, 오늘 주어진 삶에 어떤 일을 담아낼 것인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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