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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낙 Nov 04. 2024

절벽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클라이밍 홈짐 입문기

클라이밍 동료들이 새로운 수련 장소를 찾아냈다고 하며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러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마음이 끌리진 않았다. 게다가 당시에는 너무 바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새로운 클라이밍장에 발을 들였다. 클친들의 실력이 쑥쑥 늘어가는 모습을 보니 질투가 났기 때문이다. 다른 동네에 위치한 이곳은 색다른 기운이 느껴졌고, 기분도 묘하게 달랐다. 


클친님은 말했다. 

“그동안 내가 배운 건 겉핥기에 불과했어요. 기초를 제대로 다지니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새 선생님은 (사부님이라고 부르고싶다.)친절히, 그러나 엄격하게 배운 비기를 전수해 주었다.

“쿵쿵거리면 안 돼요! 발 앞부분을 사뿐히 옮겨요! 발소리 나면 안 돼요!”
“팔과 발로만 가려 하지 말고, 무릎에 힘을 실어 체중을 이동시켜야죠! 몸의 중심을 잊으면 안 돼요!”



삼지점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 종종 좌절하던 나에게는 중심 발의 원리와 다리 사이에 손이 있어야 안정적이라는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가르침이 이어졌다. “오버행 연습벽을 다섯 번 연속으로 넘을 수 있다면 비로소 하산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은 마치 고봉의 정점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무공 비전 같았다. (당연히 아직 한 번도 버겁다.)


원래도 클라이밍은 나에게 무술 수련처럼 느껴졌지만, 이 순간에는 진짜 무림의 수련과 다름없었다. 가슴이 뛰었다. 발의 위치와 동작을 익히며 연습하니, 서툴던 내가 그나마 그럴듯한 무브를 몸에 익히게 되었다.


정말 모든 것은 통한다더니. 머리도 쓰고 용기도 내야 하고, 연습도 해야 하는 이 운동은 무협 수련과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피부가 닳도록 무협 수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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