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은 꾸준해야 하는구만.
기초반을 듣고 한 달 정도 클라이밍을 쉬었다. 암장을 바꾸면서, 다시 클라이밍장에 발을 들인 건 꽤 오랜만이었다. 친구들이 척척 문제를 깨는 모습을 보니 괜히 질투가 나고 부러워졌다. 나도 다시 잘 시작해보고 싶어졌다. 힘들게 이 단계까지 왔는데, 쉰다고 실력이 리셋되버렸다. 아니 다른 운동은 꾸준히 했는데?
억울했다. 손은 어느샌가 부드러워져 있었다. 몸은 굳었고, 잘하진 않았지만 할수 있었는데. 이게 안되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구나 싶었다.
원래도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버벅댔다. 아니, 내가 초보보다 나은 게 뭐야? 으헝. 질투만 할 때가 아니었다. 반드시 노력을 해야 원하는 아웃풋이 나온다. 무너진다고 모래성을 안 쌓을 게 아니라, 무너질 걸 감안하고 다시 쌓아야 하는 법이다. 그때 친구들의 연습방법이 떠올랐다.
M의 권법은 틀린 곳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었다. 앞부분을 터득했으면, 크럭스 구간(문제 중 가장 어려운 구간)을 반복해서 깨는 방법을 연구했다. 앞부분에서 괜히 힘을 빼서 진짜 문제를 풀 힘이 없으니까. 힘이 있을때 어려운 구간을 연습해보는 것이다.
K의 권법은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것이었다. K는 지구력 벽을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로 여러 번 돌아본 후에야 본격적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그가 키가 커서 리치가 좋아서 리치빨로 깬다고 놀리곤 했었는데 사실 이렇게 기본기를 다지니, 홀드에 매달려서도 안정적인 자세가 나왔다. 리치만큼 기본기가 든든한게 중요한 법이다. 모든 사람이 키가 클순 없으니까.
이제 다시 시작하며 다짐했다.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니,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계속해보려고 한다. 비록 무림의 고수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나만의 클라이밍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바쁘면 암장에 못 갈수도 있지. 그러면 놀이터 철봉에라도 매달려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