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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낙 Oct 31. 2024

매달릴 필요가 없는데

조금만 더 버텨보면 될꺼 같아서 

처음에 나는 루트파인딩을 하지 않고 

일단 벽에 붙어보는 습관이 들었었다.


그래서 매달린 채로 이럴까 저럴까 생각한다.
발을 이랬다 저랬다, 팔을 이랬다 저랬다.
어이쿠, 떨어질 뻔했다.


그러다 보면 내 몸무게를 버텨야하는 

팔이 점점 힘들어진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 

응축됐던 힘을 폭발해서 써야 할 때 

조금의 힘이 모자라서 떨어지고 만다.


“아, 또 매달리고 있었네…” 하며 

바닥에서 뒹굴. 구른 후 일어난다.




미리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처음과 끝을 보고, 

그 사이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둬야 한다.

A와 B가 있으면 일단 붙어서 가보는 게 아니라, 

안 될 것 같은 루트는 미리 제거해야 한다.
매달린 채로 고민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막상 벽에 붙으면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법칙은 잔혹해서 조금만 비껴서 힘을 줘도 내 자리는 여지없이 바닥이다.

그래도 매달린 채로 생각하면 안 된다.


힘을 아껴야한다. 필요할때 꼭 알맞게 쓰기 위하여.

스타트 홀드에서 탑홀드까지 가기 위한 하나의 길. 

나의 키. 리치. 무게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야한다. 


잘할 필요도 없고 엄청 높은 레벨일 필요도 없이

나에게 꼭 맞는 단계에서 꼼수 없이 될때까지 연습을 시킨다. 이 운동은.


필요할 때 힘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길을 찾고 방향을 설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결국,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배웠다. 

클라이밍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홀드 5개 넘어가면 잘 못외워서 선생님이 문제 내주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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