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버텨보면 될꺼 같아서
처음에 나는 루트파인딩을 하지 않고
일단 벽에 붙어보는 습관이 들었었다.
그래서 매달린 채로 이럴까 저럴까 생각한다.
발을 이랬다 저랬다, 팔을 이랬다 저랬다.
어이쿠, 떨어질 뻔했다.
그러다 보면 내 몸무게를 버텨야하는
팔이 점점 힘들어진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
응축됐던 힘을 폭발해서 써야 할 때
조금의 힘이 모자라서 떨어지고 만다.
“아, 또 매달리고 있었네…” 하며
바닥에서 뒹굴. 구른 후 일어난다.
미리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처음과 끝을 보고,
그 사이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둬야 한다.
A와 B가 있으면 일단 붙어서 가보는 게 아니라,
안 될 것 같은 루트는 미리 제거해야 한다.
매달린 채로 고민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막상 벽에 붙으면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법칙은 잔혹해서 조금만 비껴서 힘을 줘도 내 자리는 여지없이 바닥이다.
그래도 매달린 채로 생각하면 안 된다.
힘을 아껴야한다. 필요할때 꼭 알맞게 쓰기 위하여.
스타트 홀드에서 탑홀드까지 가기 위한 하나의 길.
나의 키. 리치. 무게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야한다.
잘할 필요도 없고 엄청 높은 레벨일 필요도 없이
나에게 꼭 맞는 단계에서 꼼수 없이 될때까지 연습을 시킨다. 이 운동은.
필요할 때 힘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길을 찾고 방향을 설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결국,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배웠다.
클라이밍뿐 아니라 인생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