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달릴 필요가 없는데

조금만 더 버텨보면 될꺼 같아서

by 김낙낙

처음에 나는 루트파인딩을 하지 않고

일단 벽에 붙어보는 습관이 들었었다.


그래서 매달린 채로 이럴까 저럴까 생각한다.
발을 이랬다 저랬다, 팔을 이랬다 저랬다.
어이쿠, 떨어질 뻔했다.


그러다 보면 내 몸무게를 버텨야하는

팔이 점점 힘들어진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

응축됐던 힘을 폭발해서 써야 할 때

조금의 힘이 모자라서 떨어지고 만다.


“아, 또 매달리고 있었네…” 하며

바닥에서 뒹굴. 구른 후 일어난다.




미리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처음과 끝을 보고,

그 사이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둬야 한다.

A와 B가 있으면 일단 붙어서 가보는 게 아니라,

안 될 것 같은 루트는 미리 제거해야 한다.
매달린 채로 고민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막상 벽에 붙으면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법칙은 잔혹해서 조금만 비껴서 힘을 줘도 내 자리는 여지없이 바닥이다.

그래도 매달린 채로 생각하면 안 된다.


힘을 아껴야한다. 필요할때 꼭 알맞게 쓰기 위하여.

스타트 홀드에서 탑홀드까지 가기 위한 하나의 길.

나의 키. 리치. 무게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야한다.


잘할 필요도 없고 엄청 높은 레벨일 필요도 없이

나에게 꼭 맞는 단계에서 꼼수 없이 될때까지 연습을 시킨다. 이 운동은.


필요할 때 힘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길을 찾고 방향을 설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결국,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배웠다.

클라이밍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홀드 5개 넘어가면 잘 못외워서 선생님이 문제 내주시곤 한다.


keyword
이전 03화클라이밍의 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