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나를 붙잡지만, 나는 계속 오른다.
오늘 클라이밍 수업에서 푸시 기술을 배우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푸시? 그냥 벽을 밀어 이동하는 동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 체중을 들어 올리며 스타트할 때도 많이 쓰이는 기술이었다.
클라이밍은 정교한 과학이다.
벽은 앞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옆으로 꺾인 면도 있다.
내가 활동하는 공간은 2차원이 아닌 3차원이다.
F=ma 공식이 갑자기 떠오른다.
손가락 세 개로 방향을 잡고, 힘의 작용점이라도 찾아야 할 것 같다.
중력은 나를 계속 아래로 끌어당긴다.
발 사이에 손 위치가 안정적인 삼지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균형이 무너져버린다.
위치, 방향, 힘 모두 중요한 요소다.
이게 인생이랑 뭐가 다를까, 새삼 그런 생각이 든다.
70킬로그램에 가까운 내 체중을 들어 올리는 일이 처음엔 불가능할 것 같았다.
팔에 무리만 가는 듯했다. 그런데? 된다?
막 “끄응”하고 힘겹게 올리는 게 아니라, 기술을 조금만 더하니
엇? 하며 몸이 들려 올라갔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흔히들 “머리가 부족하면 몸을 쓰고, 몸이 부족하면 머리를 쓰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두 가지가 다 부족해. 흑흑.
그래서? 공부와 수련밖에 답이 없구나, 피할 수 없구나 싶다.
사실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크게 고생한 적이 많다.
이건 클라이밍뿐 아니라 내 인생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습관이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해보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다.
인생 문제 풀이도 다르지 않다니, 회피해도 결국 풀 때까지 반복된다는 말이 딱 맞다.
결국 나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힘’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 설정과 계획이다.
루트 파인딩을 해야 하는 것처럼 갈 길을 대략적으로라도 생각해보는 것과
무턱대고 가는 건 정말 다르다.
인생도 깊이 있는 생각과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
이젠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푸시’를 가해보려 한다.
어쩌면 이게 클라이밍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