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하게 상처받는 법
맨 처음 배운 것은 낙법이다.
나는 이 사실이 좋았다.
살면서도 많은 낙하를 겪는다. 수많은 거부와 실패의 경험들. 실패를 통해 성장하면 된다지만, 나는 이 실패가 너무 아프다. 떨어지며 생긴 상처가 너무 깊이 남을 때도 있고, 때론 다시 일어나기 두려울 만큼 뼈아플 때도 얼마나 많던지.
그런데 암장 바닥에는 적당히 푹신하면서도 적당히 단단하게 나를 잡아줄 매트가 있다. 아주 중요한 곳은 다치면 안 된다. 낙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양발로, 무릎을 구부려, 엉덩이로 착지하고, 마침내 뒤로 구른다. 실패를 안전하게 받아들이는 연습,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살면서도 매트 위에서 안전하게 넘어져 보는 것처럼, 안전하게 상처받는 법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넘어지고 떨어지면, 사회에서는 다들 모른 체하거나 남의 일처럼 유감을 표하거나, 자기도 떨어질까 봐 슬쩍 겁내는 게 보인다. 비겁하다고 욕할 수도 없다. 나도 그러니까.
그렇지만 암장에선 다르다. 다들 나의 성취를 두 손 모아 함께 염원해 주고, 응원해 준다. 비록 대신 올라가 줄 수는 없지만,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조언해 준다. 해낼 용기를 북돋아 준다.
"나도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는 나에게, 단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될 때까지 연습하고, 내 레벨에 맞춘 연습을 한다. 그 사실이 무척 좋았다.
클라이밍은 나에게 상처받는 것을 연습하는 샌드박스가 되어 주었다. 샌드박스는 원래 모래 놀이터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모래 위에서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클라이밍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내가 넘어지고, 떨어져도 괜찮다. 나를 부드럽게 받아줄 매트가 있고, 실패 속에서도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넘어져도 응원해주고. 해내면 박수쳐준다. 나이가 많아도, 처음이라도 정말 괜찮다.
삶에서도 이렇게 안전하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