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나를 자꾸 떨궈서 스스로 떨어지기로 결심했다.
어느덧 40살이 넘어버렸다.
불혹은 굉장히 멋진 나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얼렁뚱땅 맞이해도 되는 걸까?
잘 되어가는 인생인 줄 알았다. 아이도 낳아서 어느 정도 키웠고, 일도 10년 이상 해왔다.
숨 쉴 틈 없이 달려왔고, 번아웃도 지나보냈다. 이제 열심히 살면 된다 싶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 인생에서 미끄러졌다.
남편과 계속 삐걱거리고 싸웠다. 프로젝트에서는 자꾸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아이는 사춘기가 왔는지 갑자기 말을 안듣는다.
아, 이런 적 처음인데? '이상하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는데 왜 자꾸 내 발목을 잡는 걸까?'
스스로에게 물을수록 이상해졌다.
자꾸 작아지는 나를 인지하는 순간, 스스로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 어쩌면 그때가 내 인생의 가장 깊은 골짜기였을지도 모른다.
회사를 나와서 뭘 할지 몰라 잠시 멍했다.
무엇이든 바꿔보고 싶었다. 그런데 같이 일하던 동료가 얘기해줬던 클라이밍이 떠올랐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클라이밍'이라는 운동.
"정말 정말 꼭 한 번 해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도 뭔가 새로운 걸, 올라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괜찮을까? 나, 나이도 많고, 몸무게도 많고, 근력도 약한데? 나 매달리기 0초인데?
하지만 갑자기 떠오른 또 다른 친구의 말.
"다 올라오면 옆에서 짝짝짝 박수도 쳐주더라고요."
그래, 나도 박수 받고 싶어. 아주 작은 성취를 해내도 칭찬받고 싶다. 그간 그렇게 달려왔어도 제대로 된 '칭찬'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사실 클라이밍은 잘 떨어지는 운동이라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만, 한 번쯤 떨어져 보는 것도 괜찮겠지. 떨어져도 괜찮다면, 다시 오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결국 시작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