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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낙 Dec 02. 2024

하소연하지 말고, 상담을 합시다.

프로들이 내 얘길 돈받고 들어준다구.

약과 상담 치료를 병행하면 삶의 질이 꽤 달라진다. 비염이 당장 사라지진 않지만, 비염약을 먹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상태가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도 비슷한 효과를 느낄 때가 많이 있다. 푸념이나 기분 전환을 하는 데는 친구만한 사람도 없다. 또 친구들이랑 이런 거 안 하면 또 무슨 말을 하나. 히스토리가 쌓여서 이전 이야기를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 인생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면, 친구보다는 상담사가 낫다.


우선, 친구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의 입장이 틀릴 확률도 있다. 게다가 나에 대한 선입견이 좋든 나쁘든 섞여 있을 수 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 내 얘기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도 어렵고, 사생활을 어디까지 오픈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한다. 친구 사이이다 보니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불편한 지점도 있을 것이다. 상담사는 다르다. 딱 적당한 거리의 전문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친구랑 이야기 할땐 1절만 하자. 흔히 말하는 감정의 쓰레기통 삼으면 안된다. 나를 위해서도 친구를 위해서도.


비염을 치료하는 것처럼, 상담을 통해 내 생활 습관을 조금씩 개선해가면, 비록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아도 삶의 질이 꽤나 달라진다. 상담사는 전문가라서 50분이 5시간 같은 느낌이다. 내 이야기를 다 꺼내기도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말을 잘 못한다고 해도, 상담사가 잘 이끌어준다.






상담이 효과 없는 사람들도 많다. 상담이란 결국 이야기를 하며 내가 힘든 부분을 찾아내고, 잘못된 인지를 바로잡아 나를 변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직면이 잘 안 되면 상담이 어렵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못난 점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혹은 인지 왜곡을 해서라도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에겐 상담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처를 아주 많이 받아서 마음을 꼭꼭 닫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래서 마음 열기 어려운 그런 사람들은 아마 한 두번 해본 상담이 효과 없다고 생각 할 것이다. 사람마다 삶이 다르고, 사정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이상한 상담사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나랑 안 맞는 상담사를 만날 수도 있다. 공짜 상담도 그렇지만 비싼 돈 내고 상담 받았는데 내가 이런 헛소리를 들어야한다고? 그럴 땐,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옮기듯 상담사도 바꾸면 된다. 상담이 효과가 있으려면 나와 맞는 상담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문제의 근원을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돈이 없으면 아껴쓰고 벌어야한다. 호르몬이 부족하면 약을 먹어야 하고, 이상한 직장이나 사람들, 혹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실제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의 뭉치들을 한 번 꺼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글쓰기와 비슷한 효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담을 통해 꺼내어 보면, 내가 모르게 잘못 생각하고 있던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고, 고정관념은 "정말 맞는 걸까?" 하며 새로운 결론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결국 포기하지 못했던 어떤 것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져서 ‘이런 것들 때문에 겁을 먹었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몰랐던 거대한 슬픔을 인지하게 될 때도 있다. 이처럼 상담은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조명해준다.


요즘은 어린이들도 상담 치료를 많이 받게 돼서 좋다. 국가나 학교에서도 지원해주는 덕분에 접근성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무료 상담으로 시작해보고, 필요하면 유료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담이란 게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경험해보면 효과가 꽤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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