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를 못해요. 하는동안 쉬지도 않아요.
나의 ADHD적 과도한 솔직함은 가끔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면 나도 모르게 TMI 파티를 열어버린다. "나는 이렇고, 내 취향은 이렇고, 최근에 보는 건 이런 거야" 같은 온통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상담 선생님은 "너무 많은 정보를 주면 상대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듣고 보니, 다 열려 있는 정보에 누가 그렇게 관심을 갖겠나 싶었다.
사진만 해도 1년에 만 장씩 쌓이고, 노션, 인스타, 트위터, 블로그 할 것 없이 글과 그림으로 넘쳐난다. 나의 정보는 정말 많다. 절대적인 양 자체가 방대하다.
ADHD 약인 메디키넷이나 콘서타는 호르몬 분비를 일반인처럼 맞춰주지만, 행동 습관을 바로잡아주지는 않는다. ADHD 특유의 <모터가 달린 듯한 움직임> 때문에 자꾸 에너지가 빨리 소진된다. 그래도 약을 먹으면서 머릿속에서 미리 과도하게 일하던 습관은 줄었다.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던 경향도 많이 나아졌다. 마무리를 잘할 수 있게 되니, 성취감이 훨씬 커졌다.
성취감이 생기니 생각도 달라졌다. 현대인의 병이라 불리는 "나는 쓸모없어", "내가 뭘 했다고" 같은 생각이 덜 든다. 이거저거 해낸 게 많으니 자연스레 그런 감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
예전에는 100개를 계획해서 1개를 해냈다. 나머지는 머릿속에서 기획만 하거나 깔짝거리고 말았다. 이제는 60% 정도 해내면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사실 30~40%만 해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몸이 지칠 때는 스스로 신호를 보낸다. "이제 좀 쉬자." 그럴 땐 그냥 내려놓고 누워서 이완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든다. 그래서 일부러 나를 눕히고 책을 읽히거나 마사지 기계를 붙여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클럭 같은 마사지 기계가 최고다. "이완해라. 낙낙!"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