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나란 사람을 설명하자면 '스포일러' 그 자체다. 정말 많이 흘리고, 쏟고, 엎어뜨린다. 하지만 언제나 태연했다. 일희일비하다간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하루에 백 번씩 울고 웃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망했을 때도, 그냥 익숙하게 그 망한 장면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뒷수습도 나의 몫이니까. 나도 슬프고, 힘들고, 어이없지만, 울고 화내면 더 힘 빠진다. 그럴 에너지조차 없는 거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일반인들에게는 꽤나 오해를 샀던 모양이다. 죄책감 없이 지르고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지, 사람들의 오해 버튼을 열심히 누른 것 같다.
"저 사람은 대책이 없어."
그렇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약도 먹고 있고, 덕분에 기운이 생겨서 생활습관을 셀프로 치료할 수도 있게 됐다! 이제 [ADHD적 사고] 란 것으로 긍정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이게 정신승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뭐, 나도 살아야지.
이렇게 바꿔 생각하기로 했다
"으악! 커피 쏟았어!" → [ADHD적 사고 가동] → 이 김에 부엌도 닦을까? 한 번 닦을 때 됐지.
"지갑을 잃어버렸어, 으엉…" → [ADHD적 사고 가동] → 지갑이 소중했구나…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안 잃어버릴 수 있을까? 손잡이라도 달까?
그리하여 모든 나의 물건에는 이름과 연락처가 붙어있고, 폰과 전자제품은 항상 보험을 들었다.
망가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잃어버려도. 덜 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