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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낙 Nov 29. 2024

상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에요.

편견을 깨고 만나는 진짜 상담

상담을 하면 왠지 가서 울게 될 것만 같다.


상상해본다.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어려운 질문을 받을 것 같고, 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쓸데없이 충고랍시고 조언을 늘어놓을 것 같다. "내 돈 내고 충고까지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료실에서 질질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그렇게까지 나약하지는 않은데?' '상담을 가야 할까?'


하지만 실제 상담은 생각보다 훨씬 덜 부담스럽다. 상담사는 일단 내 얘기를 <정말> <잘> 들어준다. 게다가 진짜 좋은 질문을 해준다. "그렇게 된 이유가 뭘까요?" 같은 가벼운 느낌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래서 꼭 깊은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괜찮다.

상담을 통해 내가 힘든 원인을 해결해보니 정말 좋았다. 그 답이 내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답이라 더 좋았다. 왜냐하면 내가 찾은 원인이고, 내가 내린 결론이니까. 상담 선생님은 그저 좋은 촉매 역할을 해줬을 뿐이다. 게다가 억지로 힘든 얘기를 하라고도 하지 않으니 부담이 덜하다. 지인이 아니라서 오히려 얘기가 술술 나온다.


내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꾸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먼지 때문에 비염이 심해진다는 걸 알고 먼지를 제거하거나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변화가 내 상태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상담을 통해 이렇게 내 삶의 질을 조금씩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상담은 한 번쯤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단, 선생님이 별로라면 그냥 그곳은 나와 안 맞는 곳이니까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 내과도 나랑 안 맞으면 다른 병원에 가잖아요?

나도 몰랐던 내 무의식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찾아보는 것, 정말 추천합니다.









병원은 조금 다르다. 정신과를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에 비유해서 친구들에게 설명하곤 한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 가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증상을 물어보고 이것저것 체크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다음부터는 콧물이 나면 콧물약, 기침이 나면 기침약을 조정해준다. 나으면 약을 덜 주고,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해준다. 그리고 다음 방문 때는 그냥 5분 진료받고 증상 말한 뒤 약만 타 오잖아? 정신과도 비슷하다.


내가 "잠이 안 오고 생각이 많아져서 힘들어요"라고 하면, "호르몬이 적게 나와서 그렇습니다. 호르몬을 잘 쓰게 해주는 약을 드릴게요"라며 호르몬 재활용 약을 준다. 눈물샘을 막아서 눈물을 재활용하는 것처럼, 적게 나오는 내 호르몬을 알뜰하게 아껴 쓸 수 있게 해주는 약이다. 마치 비염이 만성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것처럼, 정신 질환도 삶의 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그런 불편함을 약이 도와주며 개선해주는 것이다.


정신 건강도 몸의 건강처럼 관리와 돌봄이 필요하니, 부담 갖지 말고 도움을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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