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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의 인플레이션

하지만 물가도 올랐는걸.

by 김낙낙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아버지가 말했다.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용돈을 주마. 하루에 100원씩. 한달에 3000원."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작게 웃으며 기뻐했다.

나도 다 컸구나. 용돈을 받는구나.


쭈쭈바가 50원. 츄파츕스가 50원 하던 시절이었다.

새우깡은 500원쯤 했던가?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몇달 후. 정글짐 맨 꼭대기에 올라가서

스크류바를 쭉쭉 빨며 다리를 달랑거리며 생각했다.


"아 내 용돈이 6000원이면 소원이 없겠다. 그러면 맘껏 군것질을 할 수 있을텐데."

정글짐 위에서 본 하늘은 푸르렀고 어린 나의 꿈은 소박했다.

원하는게 고작. 그 정도 밖에 없었다.

행복은 자기 전에 걱정으로 걸리는게 없는 상태라고 홍진경님이 말했던가.

당시의 나는 행복했나보다.



지금은 출근길에 커피를 쪽쪽 빨면서 생각한다.

아 내 월급이 딱 두배면 좋겠다. 하고.

그러면 택시 타고 회사 다닐 수 있겠지?

회사를 다니지 않는건. 상상으로도 잘 안되네.

돈 많은 백수.. 되고 싶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운걸 알기에.

잘 그려지지도 않는구나.

일하면서 좀 댓가를 많이 받고 싶다.

커피향은 참. 좋으면서 씁쓸하기도 하게 느껴지곤 한다.



사람은 별로 변하지 않나보다.

그리고 자꾸 많은 걸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더 받고 싶은걸.



어쩌면 20년 후엔 우주여행 티켓을 쥐고 한숨 쉬겠지.

"아 이 티켓이 반값이면 소원이 없겠네."


욕심은 참. 우주보다 넓고 지갑보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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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등학교 아니고 국민학교 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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