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아도 결국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도 있어서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강아지처럼 열심히 사람을 보며 꼬리를 흔드는 편이다. 모든 부분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어떤 지점에서 핀트가 맞지 않아도 사람을 버리지 않고 다가가려 노력한다. 특히 휴직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성향이 더 강해졌다. 시간이 많아진 만큼 사람들을 더 열심히 만나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친구나 지인을 통해 만났다면 요즘은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닮고 싶은 점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좋았다. 요즘 주변엔 책 읽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몇 년간 눈에 익숙하게 아이디를 알고 있으면 친근감이 생기고, 천천히 만나기도 하며 그러다 깊어지는 인연들이 생겨났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특별히 다정한 사람들이 좋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말투가 부드럽고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그런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싶어진다. 격한 말이나 분위기에 쉽게 지치는 탓에, 오히려 조용하고 단단한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나이 탓에 취업이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잘 안 풀릴 때면 괜히 혼자라는 기분이 강해진다. 세상이 나만 빼고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애써 노력해도 소용없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디든 그냥 꾸준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집 밖으로 나간다. 동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조용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집 근처 산책길을 걷기도 하고 가까운 전시회에 들르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은 나아져 있다.
그리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쉬는 동안 달리기를 하기로 해서 달리고, 모닝페이지를 쓰고, 필사를 한다. 뭐라도 이걸 꾸준히 하고 있다는 감각이 내가 그래도 쓸모없지는 않다며 위안을 준다. 이런 일상 속에서 깨닫게 된 것은 사람들과 깊게 연결되지 않아도 완전히 끊어져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하루를 견뎌내다 보면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완벽한 연결을 찾지 못해도, 완벽한 답을 얻지 못해도 괜찮다.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혼자서도 괜찮다는 마음, 이 둘이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