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나의 부정적인 말버릇.
최근 두 번 같은 피드백을 들었다. 내가 대화 중 무심코 자주 쓰는 말, “몰랐어.” 그 말이 반복되면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 몰랐어… (진짜 만능 단어였구나.)
나는 사람들이 뭔가를 얘기하면 꼭 리액션을 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있다. 그때 쓰기 제격이었던 말이 바로 “몰랐어”였다.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의 감탄이나 놀람이었는데, 상대방에겐 전혀 다르게 전달되고 있었던 거다. 더 충격적인 건, 이렇게 자주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금방 이해가 갔다. 누가 뭘 얘기하는데 계속 “몰라”만 반복하면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싶을 거다. 대화도 끊기고 흐름도 막힐 수밖에 없다. 오호 통재라, 내가 맥커터라니! 차라리 모르는 걸 물어보거나 아는 이야기로 이어갔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남편도 같은 얘기를 했다. “잘 모를 땐 보통 ‘알아볼게’, ‘찾아볼게’, ‘그렇군’이라고 하지, ‘몰랐어’는 잘 안 해. 그 말은 무심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들릴 수 있어.” 그러면서 군대 얘기를 꺼냈다. 후임이 “모릅니다”라고 하면 선임이 “모른다고 군생활이 끝나냐?”라며 갈군다는 것이다. 결국 몰랐다는 사실보다 방어적으로 들리는 태도가 문제였던 셈이다.
돌이켜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몰랐어’라는 말로 반응하면서도 뒤에 이어질 말을 준비하지 않았고, 그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의도와 상관없이 ‘대화를 끊는 사람’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데 그걸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불킥 예약 완료.
그래도 다행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친구와 남편이 있다는 게. 역시 누군가 한 번만 말해줬으면 그냥 흘려들었을 텐데, 두 번 연달아 들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대체할 말을 연습하기로 했다. “그렇군”, “이제 알았어”, “고마워요” 같은 표현은 같은 의미를 주면서도 대화를 살리고, 상대방에게 존중을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 태도가 훨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무지가 아니라 습관이었다. 작은 말버릇 하나가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앞으로는 “몰랐네” 대신 “그렇군요”를 쓰면서 대화를 이어가야겠다. 그렇게 내 인생 난이도가 한 단계씩 조정되면, 좀 더 살기 편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