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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잘하기 캠페인

스스로 보시기에 좋았더라.

by 김낙낙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참 잘한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개띠라 그런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티 안 나게 혹은 티 나게 배려한다. 내 생각대로 잘해주면 좋을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요새 청소년, 그러니까 내 딸의 말버릇이 있다. "럭키걸~" 상황에 따라 "언포츈걸~"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즐거운 상황이 오면 특유의 리듬과 어조로 경쾌하게 말한다. 요새 유행하는 원영적 사고랑 비슷한 느낌으로. 그렇게. 경쾌하게.


그런데 나는 뭘 하든 있지도 않은 사람들을 의식한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가상의 독자나 시청자를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반응이 좋을 것 같으면 신이 나고, 반응이 나쁠 것 같으면 시무룩해진다.


음. 하지만 가상의 사람보다 실제하는 낙낙씨를 의식하고 좋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다. 낙낙씨가 심심하다고 하면 놀아주고, 뭐 하면 좋아할지 생각해주고, 힘들다고 하면 억누르는 게 아니라 "힘들구나" 하고 쉬게 해주고, 낙낙씨가 보기에 좋았더라 하는 모습으로 하고 다니고.


근데 그러면 SNS를 덜 해야 하나. 인풋 없이 무슨 낙으로 사나. 이것도 고민이긴 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어쨌든 기준은 정해졌다. 나는 너무 남 기준으로 사는 것 같다. 잘 맞추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굳이 나를 억누르면서. 이제는 낙낙씨에게 잘해줘야지. 좋은 거 먹이고, 입히고, 깔끔하게 키우고, 생활 습관도 더 좋게 하고, 잘 쉬게 해주고, 있어 보이게 보란 듯이 키워야지.


나는 나를 키우는 게 아직 제일 어렵다. 좋아하는 것도. 몇십 년이 지나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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