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파편
홀로 쓰기에는 짧고, 붙여 쓰기에는 길다 느껴지는
1. 잠의 잔해
잠도 줄여가면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은 그렇게 열심히 살라는 말을 해준다. 하나 그들에게 본인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여유를 가져본 적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무어라 대답할까. 본인에게조차 가혹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남들에게 본인의 기준을 들고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으라는 말을 하기에는 쉽다. 한데 그들은 쉼의 가치를 알지는 못한다. 휴식이라 하면 단지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거나 음주뿐이라 믿는 이들에게 '쉬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문제는 이들이 대개 휴식을 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쉼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권리를 쥐고 있다. 사실, 이 권리에 대해 '책임'은 따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상황 속에서 책임은 종종 '효율성'이라는 말로 대체되곤 하니까. 외려, 효율적으로 일을 시켜주는 본인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믿기도 한다.
효율에 대한 집착을 떠나보내야만 우리는 온전히 쉴 수 있다. 개중에는 휴식에 대한 것조차 분석하고 나누어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으로 쉬는 것인지 알아보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히려 그런 행동들이 휴식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고 생각을 한다. 휴식의 가치는 효율성으로만 따져볼 수 없는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2. 세단기
세단기의 돌아가는 톱니 이빨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언젠가 내 삶도 저렇게 규격과 기준들에 끼인 채로 갈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저 이빨들은 내 안의 기준인가, 내 밖의 기준인가 모르겠다. 아, 그렇다면 그 기계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나의 힘인가 아니면 타인의 것인가.
3. 게임 'Reigns'
'현대의 중세 왕국 군주가 되어 왕좌에 앉으세요. 선택을 통해서 자비롭거나 잔혹한 의지를 보여주세요.'
아이러니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이 게임 소개의 가장 첫 문구는 게임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게임 속 상황은 중세 시대인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중이다. 미덕으로 여기고 있는 가치들이 전부 현시대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게임 자체의 볼륨이 작았기 때문에, 오래 붙들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왕국을 현명하게, 보다 오래 다스리고 싶다는 욕구를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누구나 선정을 베푸는 왕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망각하곤 한다. 마냥 백성들에게 좋게 행동해도 오히려 국왕 본인의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권좌에 대한 욕망과 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 사이에서 나는 끊임없이 부딪혔다.
4. 승려 로봇에 대한 글
'오버워치'라고 하는 게임을 보면, '옴닉'이라고 부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옴닉들 중에는 수도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로봇 수도사'인 셈인데,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면 불교의 승려 느낌이 물씬 난다. 2012년에 개봉했던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 천상의 피조물'편에도 그런 로봇이 등장한다. '깨우침을 얻으려 노력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다. 알파고도 나오고 하다 보니 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로봇이 깨우침을 얻는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내게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부처 로봇'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모티브를 따올 수 있는 다른 많은 종교들을 두고서, '불교'의 모티브를 따왔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자아를 찾기 위해서 수행을 거듭하는 로봇의 모습을 보면서, 이 상황이 익숙해졌다.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그들을 만들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금은 한정적인 분야에서 맡은 일만 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정말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면 당연히 본인의 존재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또한, 수없이 오랜 시간 동안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면서 현재에 도달해있지 않던가.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저들 또한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앞으로 인간들이 무엇을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로봇이 만들어졌던 것과 비슷하게 생명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그들은 과연 무엇을 믿을까? 아니, 어떤 존재가 되려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