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감나무

짧은 생각들

by wanderer

['라이킷']

브런치에서 통용되는 이 장치를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은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 아주 조그마한 사심의 표현이랄까. 댓글은 너무 적극적이고, 공유는 내가 했다는 것을 모르 그 중간의 길을 찾아낸 것이, 그 수준의 취향 표현이 '라이킷'이 아닐까 싶다. 그 목록이 어느 한 군데에 꾸준하게 쌓여 나만의 취향 목록이 된다는 사실도 그렇다. 한 사람을 이루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혹자는 '내가 가진 물건들이 나를 설명한다'라고 표현한다. 갖가지 방식이 있지만, '취향'을 늘어놓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싫어하는 일을 싫어하는 시대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호감 표현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정체성이다.

무척이나 묘한 장치다. 취향을 담아두는 그릇. 제멋대로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작가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받고 싶은 마음.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내가 구독한 작가님이 눌러주는 라이킷은 뭔가 묘하다. 글로써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리뷰할 수 없는 리뷰도 있다]

우연하게 어떤 영화를 보고, 보게 된 영화가 좋아서 글을 쓰려고 어떤 내용으로 쓸지를 생각해뒀었다. 영화를 풀어갈 실마리를 얻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면서 잠을 청했다. 만족스러운 감정이 돌연 고민으로 바뀐 것은 다음 날의 일이다. 뉴스를 봤고, 리뷰하려던 영화와 관련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싹 씻겨나갔다.

사람과 이야기를 별개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뷰를 접었다. 누군가는 분명 저 인물들을 보며 꿈을 키웠을 텐데. 우상의 몰락은 씁쓸하다. 보다가 문득, '아 맞아, 이 사람 그 사람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오게 될 테니까. 그때에는 주저 없이 관람을 멈춰야 할 테니까.

예상치 못했던 호의는 예상치 못하게 사라질 수 있다.


[아스팔트]

몇 번이고 밟히며 얇아지다 보면

내 색이 아닌 색으로 나를 뒤엎어


[김영하]

그의 글은 생각보다 날카롭고, 세심하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나는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니라서 평소에도 읽을 책을 고를 때 언제나 나한테 도움이 되는 책들을 위주로 고르는 경향이 있다. 소설을 읽을 때에도 그런 기질이 발동하는데, 무의식 중에 소설 이야기보다는 잡생각으로 빠지는 경향이 짙다.

사실, '살인자의 기억법' 말고는 그의 소설책을 읽어본 기억도 없다. 다른 유명한 소설들, '검은 꽃'이나 '빛의 제국'처럼 이름만 들어봤던 소설들은 표지를 보고서는 겁을 먹어 손도 못 댔다. 무거워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여태 접해본 그의 글은 그의 에세이 연작 중 한편인 '보다'와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뿐인 셈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서, 그의 글보다는 김영하의 목소리에 더 익숙하다. 팟캐스트는 한편도 빼놓지 않고 들었고, 그의 TED 강연도 족히 스무 번은 돌려봤던 것 같다. 책을 그냥 주욱 낭독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생각보다 졸린 방송은 아니었다.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왠지 굉장히 귀찮아하는 학교 선배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그런 모습이었다. 0.8 배속으로 목소리를 듣는 느낌. 나는 말을 하다가 자주 씹는 편인데, 이 사람은 읽으면서 그렇게 흘러 보내는 말이 한 마디도 없다. 생각보다 무거운 톤이다.

맛깔나게 낭독의 맛을 살려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시각의 흥미로움을 느꼈다. 책에 투영한 그의 시각을 듣는 것이 재밌었다. 마냥 어려운 책이라 생각한 것들도 술술 듣는 대로 넘어갔다. 낭독하는 방송을 무슨 재미로 듣나 싶었는데, 이 방송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주말에 몇 시간 연속으로 듣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를 보면 글의 소재를 참 잘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관심사에서 이어지는 개개의 파편들을 이어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 확실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재를 들고 오는데, 그 소재들이 결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는 것이 아니다. 매번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소재가 나올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현실의 피부와 맞닿아있는 글이었다. 사건의 전개야 문학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다 하더라도, 소재의 활용이 현실적이라 한다면 이야기에서 현실적인 뉘앙스를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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