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감나무

막막할 때에는 썼던 글을 돌아보며

오래간만에 글이 밀려 지껄이는 일상 털기

by wanderer

[기차와 버스]

나는 기차를 애정 하는 사람이다. 기차 자체보다는 기차역이 풍기는 분위기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지하철이나 열차, 기차가 좋았다. 레일을 따라 덜거덕 거리며 이동하는 일이 왜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동차의 모양새도 좋고, 시끌시끌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상황이나 움직이고 있을 때에는 음악을 듣는터라 꼭 기차로 이동하는 그 상황만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버스도 나쁘지는 않다. 기차나 버스. 얼마 전부터 고향에 내려갈 때에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굳이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니 한번 경험 삼아 기차 대신에 버스를 선택해본 것인데,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통장 잔고가 넉넉해졌다는 점이었다. 시내버스로 넘어갈 수 있는 애매한 지역에 살다 보니 벌어지는 재밌는 현상이었다. 3,000원 안쪽으로 '시'를 넘나드는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여태 기차를 타면서 돈을 흩뿌렸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아쉬웠다.

뭐랄까, 기차는 낭만적이다. 수학여행은 버스를 타고 가지만 버스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눈도 떠지지 않는 새벽에 단체로 푸르뎅뎅한 교복을 입고 버스 한 구석에 실려 학교로, 학원으로 옮겨졌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대신, 기차는 달랐다. 다소 불편하고 가끔 지연되고, 쾌적하지만은 않은 환경이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탑승객이 감내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차가 낭만적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일상의 속도는 비할 수 없이 빠르다. 일상의 관성은 어지간한 속도로는 떨쳐낼 수 없다.

여기에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기차를 '낭만'이라 부르는 것은 과장일까?


[떠난 자리를 정리합니다]

'고독사'는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나 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유품 정리사에게 의뢰를 맡기는 사람들은 두 부류. '유족들'과 '건물주'

보통 날이 풀리면서 시신에서 냄새가 나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패한 시신에서 풍기는 악취를 처리하기 위해서 콘크리트까지 제거한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에 담겨있는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장판이며 벽지, 심지어는 콘크리트까지 뜯어낸다고 한다. 어디에도 인연이 없는 사람들은 아무런 돌봄도 받지 못하고 예를 다한 '장례'대신 처리당하고, 정리당하는 입장이 된다. 사람은 가도 냄새는 남아있다. 질기디 질긴 세상과의 끈은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로부터 혐오와 비난의 소재가 될 뿐이다. 이 일의 감정적인 동요를 채 느끼기도 전에 '8시간 동안 원룸 청소하고 200만원'이라는 허접한 소개 문구로 이 글과 내용을 접하게 되다니. 보고 나서 육성으로 탄식하게 된다.

이 무슨 결례인가.


[대통령 기록관]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 기록관에 갔다 왔다.

전체적으로 커다란 '트램펄린 놀이방'같이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이 건물을 본 적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분명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닐 거야....). 건물 내부의 구조가 굉장히 큼직 큼직하고 널찍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이 10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역사의 반증인지, 아니면 건축가 개인의 소신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 대통령 상징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아쉬운 내용들이 더 많다.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나, 여러 잡다한 기록들을 통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시된 기록들은 대부분 비교적 평이한 내용들이었다. '전 대통령들의 기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개개인을 풀어내는 일에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일이니. 그래도 객관적인 자료들만 죽 늘어놓기만 한 기록관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에 대한 '총평'이 아닌,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해석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었으면 어땠을까. 시점에 따른 해석과 분석이 있다면, 이를 통해 지난 대통령들을 풀어낸다면 참 좋을 텐데. 굿즈 자체도, 대통령 기록관만의 고유한 굿즈보다는 국립박물관의 굿즈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 상품들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릴 거 같은데 말이다.


[짧은 질문들]

Q1. 로봇이 비인간적인 일처리를 모두 담당하게 되면, 인간은 보다 인간적이게 될까?


Q2. 최저 임금은 사람의 가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상을 억제한다. 최고 임금제가 되면 달라질까? 그 세계는 이 세계보다 나을까?


Q3. 감정의 공감과 감정의 이해는 별개의 영역일까?



나를 잃어가는 것도 충분히 슬픈 일이지만 고집스럽게 나를 지키는 것도 슬픈 일이다.


.... 더 열심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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