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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er Dec 17. 2018

참으로 배우고 싶은 당신

좋아하기에 고이 간직했던 글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를 보고


 계절의 오고 감은, 온도의 변화만으로 눈치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린 언제나 봄이 지나가고 나서야 그게 봄이었음을 느끼곤 한다. 지독하게 더워지면 그 몇 주 전의 따사로운 햇볕이 봄날의 것이었음을 떠올린다. 봄날에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봄이 곁을 떠나는 걸 잊어버리는 일이라니. 세상은 지독하게 아이러니하다. 누구도 제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리라.


 윤종신의 가사는 언제나 시간에 머물러있다. 인생의 순간들.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나' 혹은 '너'에 대해 말한다. 아마도 계절이라는 표현은 그런 맥락에서 인생의 때를 이르는 말이라는 생각을 한다. 단지 온도가 변했다고 계절이 바뀌었다 말하지 않으니까. 가을이나 겨울이나 시린 옆구리에 쓸쓸함이 배가되는 건 맞다만, 그래도 우리는 단풍이 지고 눈이 내려야 비로소 계절감을 자각한다. 찬 공기, 아직은 낙엽 거죽의 질긴 섬유질이 바람에 바스러지지 않은 시간들의 이야기. 가을은 내게 그렇게 찾아온다.


 그의 노랫말은 지는 게 싫어 덜 아쉬운 척, 덜 아픈 척, 덜 힘들고 괜찮은 척으로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아 좋다. 느껴지는 대로 표현한다. 느끼는 대로 이야기한다는 말은 무척 어려운 행동이다. 내 감정을 똑바로 읽기도, 그 감정을 오해 없이 전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절절한 공감대가 흐르는 단어와 구절 너머로 이 노래는 나의 것이라 선언하고 싶지만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만의 노래를 빼앗긴 느낌이 드는 건 또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이 노래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지.


 그의 가사를 정말 좋아한다. 그가 부른 그의 노래도 좋고, 다른 사람의 부른 그의 가사도 좋다. 평범하디 평범한 하루의 기적 속에 머무는 이야기들. 저렇게만 잘 버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야기들. 순간순간 남은 감정을 다 소진해버려야 새로운 생각이 들고, 마음이 다시 찬다. 다시 마음을 채워야만 일이든, 사랑이든, 사람이든 순수한 마음으로 순간을 느낀다.


 마치 계절이 가고 오는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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