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조치원에서 봄꽃을 만끽하셨을 당신이라면 아실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조치원은 세종시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사소한 바람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대학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귀중한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 그것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지식들보다도 훨씬 확실한 진리였습니다. 대학 방송국 활동이 제게는 컸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좋았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그들과 해보고 싶었습니다. 똑똑하고, 재기 발랄하고, 재밌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서 지역에 남았습니다. 이곳의 대학을 나온 학생들에게 서울과 고향으로 양분되는 선택지 외에도 다른 길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결국에는 해왔던 일 중에서 찾게 됩니다. 저에게 문화기획이라는 말은 어색한 일이지만, 낯선 일은 아니었습니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저의 입장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아트컬리지 문화기획학교는 더없는 기회였습니다. 더없이 무거운 기회였습니다. 문화기획이라는 말의 무게를 체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문화기획학교 동기들에게 무슨 일을 해왔고, 할 것이고, 이번 봄꽃 축제를 통해서는 무슨 일을 할 예정인지 물어봤습니다. 명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렵고, 철학과 비전도 제각기 다르지만 각자 본인만의 색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청년기획자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들고 왔고, 봄꽃축제는 협업을 위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배움을 활용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청년들의 무대는 만발하는 각기 각색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상상만발' 존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필요할 것 같은 이야기를 찾는 건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저는 문화기획이라는 생소한 말이 똑같이 생소한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게끔, 이들이 무슨 사람들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은 저 스스로 그 일을 이해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었죠. 저는 무엇보다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곁에서 일하는 이들을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지역을 기반으로 창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문화기획은 기억입니다. 문화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고, 저는 그 기억들을 이곳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