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감나무

새벽녘의 공기

오랜만에 술을 덜 마신 어느 날의 기억

by wanderer

해가 뜨기 전, 늦은 밤과 이른 아침의 사이 시간을 우리는 새벽이라 부른다. 오전의 시간, 긴 침묵과 무거운 졸음 속에 온전히 우리를 내어줘야 하는 시간. 이를 우리는 새벽이라 말한다. 새벽녘의 사람들은 무언가 순수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개는 취해있을 시간이라 제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며 휘적휘적 쏘다니는 사람들. 친한 친구와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하든, 연인과의 시간을 원하든 그 마음은 무척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치레 없는 속마음의 표출. 서로의 생각은 다를지언정 마음은 비슷해 보인다. 기름에 반질반질해진 얼굴은 가식 없는 마음과 마음의 대화로 향한다. 진심은 언제나 부끄러운 것이다. 저 보면 부끄러워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린 양 휘적거린다. 적당히 회피하며 덜 마신 술자리를 털어내고 거리로 나와보면 사람들의 눈가에 그런 일종의 부끄러움이 보인다. 아, 저 사람은 무언가 진심을 표현하고 있구나. 진심과 진심으로 마주해 이야기하기엔 부끄러우니 짐짓 주접을 부리며 눙치며 넘어가는구나. 새벽의 사람들이 한낮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좋구나. 저들은 몇 겹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두 번 세 번 고민하면서 재는 일 없이 본심을 꺼낸다. 그러다 보면 진심의 시간은 짧고 강렬하게 끝이 나고, 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뒤덮여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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