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프로젝트로 한창 바쁘던 때였다. 일을 하다 보면 관련부서와 협업이 필요하게 되고 간혹 점심이나 회식을 같이 하게 된다. 그렇게 마케팅 팀과 점심을 먹고 카페테리아에서 커피와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던 중이었다.
우연찮게 책에 관한 화제가 나왔다. 그날 무리에는 독립출판으로 책을 출간한 사람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책 또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책 내기로 화두가 이어지자 나를 비롯해 몇몇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책을 출간했던 마케팅 팀원이 나에게 권하듯 말했다. 이름에 ‘열’자가 들어가니 주제를 골라 하나부터 열 가지의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어떠냐고 가볍게 던졌다. 그 말이 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이 있다.
예전부터 밑도 끝도 없이 책을 써보고 싶었다. 모 작가가 우연히 찾아간 야구장 관람석에서 시원하게 타구가 날아오는 것을 보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그런 결의에 찬 순간은 내겐 없었지만 말이다. 책을 꾸준히 읽기 시작한 것은 군 제대 후부 터 인 것 같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며,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도 차곡차곡 한 권씩 책을 읽었다. 읽는 행위가 반복되니 스멀스멀 글쓰기가 해보고 싶은 일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읽은 책의 권수가 늘어갈수록 간절함은 더 깊어져 갔다. 그러나 권수만큼 나이가 쌓여가니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 정도는 쉽사리 구분하게 되었고, 그렇게 바람은 바람처럼 잡을 수 없는 꿈이 되어 있었다.
역설적으로 꿈이기에 가끔씩 몽상에 빠졌다. 특히, 일상이 바쁘고 힘들고 지칠 때 그랬다. 현실성은 부족할지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딘가에 끄적거리는 것이 좋았다. 이젠 거창한 결과는 없더라도 자기만족을 위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책 만들기는 조금만 노력하거나 투자하면 손에 잡힐 듯 한 정도의 일이기도 했다. 적당한 돈만 들이면 책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내겐 좀 더 확실한 시작이 필요했다.
그렇게 가벼운 담소에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하겠다는 결연한 순간을 마주했다. 왜 하필 그때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가 말한 소제목 10개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숫자 같았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의지는 그전과 사뭇 달랐다. 그간 흩어져 있던 것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낙서하듯 써 놓았던 글이나 글감을 모으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뭐라도 써 보겠다며 고심하며 끄적거린 글, 메일이나 소셜미디어에 당시의 감정으로 몇 줄 입력해 놓은 문장, 글쓰기 애플리케이션 등에 나열하듯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은 문장 그리고 단어들.
그간 적어놓았던 몇 개의 문장들은 좋은 글감이 되어주기도 했고 무작정 써내려 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즐거움도 있었다. 그만큼 더 잘 쓰고 싶었고 또 한계도 많이 느꼈다. 특히,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재주가 없어서인지 쓰다 보면 진지해진다. 안타까운 것은 그 순간으로부터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아직 열 개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했다.
미완은 잊고 소소한 일상 에세이를 브런치에 하나하나 담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