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자정리 Oct 04. 2021

용기를 너무 크게 냈다.

용기 내~ 용기!

요즘 TV에서 가끔씩 들리는 중독성 라임(rime)이 있다. 


용기 내~ 용기! 


한 두 번쯤 본 적이 있을 공익광고로 음식 포장 시 일회용 포장용기 대신에 가지고 간 용기나 그릇을 준비해 담아오자는 캠페인인데 언어유희가 딱 들어맞는 것이 꽤 재미있다. 코로나19로 배달이나 포장음식을 많이 먹는 요즘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재활용 쓰레기 줄이기에 관심이 있었던 아내와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마트에 물건 사러 갈 때 장바구니나 쇼핑백 들고 가기, 배달 식품 시킬 때 일회용품 받지 않기, 재활용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 가급적이면 텀블러 이용하기 등이 작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꽤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리고 TV 공익광고 '용기 내'에 추가로 도전 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포장을 위한 그릇을 가게에 가 내미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주인장이 그리 여기지는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괜히 내가 유난을 떠나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또, 적당한 그릇을 찾아 내밀어야 할 텐데 그릇이 너무 작은가? 큰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며칠 전에도 집 근처의 김치찌개 집에 포장을 하러 갈 때도 그릇을 어느 그릇을 가져가야 할지 아내와 한참을 고민했었다. 


'너무 큰 거 아니야?' 

'이건 너무 작고, 그래도 이 정도는 가져가야 많이 주지 않을까'

'콩나물 반찬도 포장에서 싸주나?'

'포장은 반찬 안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작은 용기 하나 가져가 볼게...'


용기를 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적당한 크기의 용기를 잘 가져갔고, 주인장이 용기에 2/3상을 인심 좋게 담아 주셨다. (이때는 찍어 놓은 사진이 없다. TT)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고 나서, 재택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메신저로 말을 건넸다.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몇 가지 메뉴가 오고 가고 아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미리 포장해 오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집에 없었다. 


식탁 위에 저녁 먹을 준비를 위한 세팅을 하고 있는 찰나, '띠리리릭 철컥' 소리가 났다. 


'오래 걸렸네?'

'응, 자기가 냉동감자 에어프라이어 돌리고 가라고 해서...' 

'아 그랬구나, 에어프라이어도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몇 인분 사 왔어?'

'2인분~!'


그리고, 아내가 쇼핑백에서 락앤락 통을 꺼냈다. 최근에 '용기 내'를 실천하는 아내답게 쇼핑백과 락앤락 통을 챙겨 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꺼낸 용기를 보낸 순간, '푸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는 날 보며, 아내도 사장님께 '큰 용기밖에 없었어요~'라고 설명했지만, 본인이 담아 달라고 그릇을 내미는 것이 꽤 민망했다며 귀엽게 웃는 그녀가 내 아내다.  


로제 떡볶이를 담아 온 용기


내가 보기에도 용기가 너무 컸다. 커도 너무 컸다. 아내 말로는 마땅한 통이 그 정도 크기뿐이었다고 했지만, 아내가 낸 용기는 지난번에 김치찌개를 사 왔을 때에 비하면 그 크기가 2배가 넘었다. 실제로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용기의 크기에 걸맞게 떡볶이도 더 많이 주신 것 같은 기분이다. 


뭐, 용기가 좀 크면 어떤가? 플라스틱과 재활용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큰 것인데 말이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보자! '용기 내~ 용기!'를 외치며!


출처 : 환경부


매거진의 이전글 뭐? 생쥐를 먹는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