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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Mar 15. 2021

뭐? 생쥐를 먹는다고!

추억의 드라마 한 장면

보통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퇴근 후에 나눴던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요즘은 코로나19와 이사가 겹치면서 대화보다 각자의 쇼핑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이사를 오고 난 이후, 아내는 집안 인테리어 관심이 많아져 관련 소품을 하나하나 사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반대로 나는 재택근무가 많아져 먹거리 식품을 사는 편이다. 낮에 집에서 일하다 보니 간단히 먹기 좋은 냉동식품의 소비 주기가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또, 레토르 제품을 고르다 보면 좋아 보이는 신선 재료나 과일도 인테넷으로 구매하곤 한다.


며칠 전에도 어김없이 각자의 관심사에 빠져 있던 차에, 다음 톡딜에 뜬 제품을 보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야, 생지 좀 먹어 볼까?


편하게 누워 핸드폰을 보던 아내가 내 말을 듣자마자, 몸을 돌림과 동시에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되묻는다.


뭐! 생쥐? 생쥐를 먹는다고? 우리가 다이아나야?


푸하하!! 나는 웃음이 터졌고, 아내는 당황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내가 '냉동 빵 생지'라고 하지 않고 짧게 줄여 '생지'라고만 말한 탓에 아내는 생쥐로 알아듣고, 옛날 너무나 유명했던 외화 드라마 'V(브이)'의 한 장면을 떠올렸던 것이다.


'V(브이)'*는 85년에 방영된 외화 시리즈 물로, 지구에 파충류 외계인이 침략하는 설정으로 엄청나게 화제였다. 당시 지구 침략 전단을 이끄는 지휘관인 '다이아나'가 생쥐의 꼬리를 잡아 입에 넣어 생으로 먹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그 장면이 'V(브이)' 시리즈 수많은 장면 중 가장 충격적이랄까?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장면이다. 그 외에도 피부를 뜯으면 파충류 얼굴이 나오는 장면 등 꽤 파격적이며 신기한 장면이 많았고, 우주선이나 광선총을 이용한 전투 장면의 특수효과는 소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신선했다.


당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화제의 드라마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는데, 동네방네 담벼락에 빨간색 락커로 V를 그려 놓아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지구가 외계인과 진짜 싸우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V(브이)가 방영된 80년대에는 TV 콘텐츠가 많지 않아 외화시리즈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V(브이)'도 밤늦은 시간에 5부작으로 먼저 방영된 후, 폭발적인 흥행으로 TV시리즈(19부작)까지 토요일 오후 황금시간대에 편성되어 온 식구가 TV 앞에 모이게 만들었다. 80년대는 미국 외화 전성시대라 할 정도로 '에어울프', '맥가이버', '전격 Z작전', '머나먼 정글', 'A특공대' 등등 기억에 남는 그리운 외화시리즈가 너무나 많다.


V Origina DVD




현재로 돌아와, 내가 말한 생지는 요즘 시중에 많이 팔고 있는 빵 냉동 생지를 말했던 것인데, 아내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생지로 간단하게 말했던 것이다. 언제부터가 인가 에어프라이어로 빵을 구워 먹는 제품으로 워낙 많이 출시되어 그냥 제품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일본어라고 한다.


번역기 등을 통해 검색해보니, 반죽을 일본어로 키지(kiji)라 하며, 이를 한자로 쓰면 바로 生地(생지)인 것이다. 조금 더 검색해 봤지만 왜 제품을 굳이 냉동 반죽이라 하지 않고 냉동 생지로 명명했는지는 찾지 못했다.


어쨌든 생쥐로 오해했던 빵 생지(반죽)는 오랜 추억의 드라마를 소환하는 잠깐의 해프닝을 만들었고, 그 해프닝을 핑계 삼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생쥐(?)는 배송 중이다. :)


생쥐? 생지! [이미지 출처: pixabay.com]



* V(브이) - 1983년 미국 NBC에서 제작한 TV 시리즈 (한국에서는 1985년에 KBS2에서 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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