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안팎으로 바빠지는 시기다. 다시 폭증하는 코로나19 때문에 연말 회식, 송년회 등 밖으로 바쁜 일은 줄었지만, 회사는 안으로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에 따른크고 작은 변화에 꽤 바빠진다.
내가 맡고 있는 팀내 팀원이동 등인력 변동이 좀 있었고, 타 팀에서 통계분석 역할을 맡고 있는 팀원들까지 새롭게 합류하면서 일과 매니징 요소가 더 늘었다. 안 그래도 22년에는 시즈널 이슈가 많아 벌써부터 업무적으로 대응할 것들이 산적해 있는데 일이 더 늘어 스트레스도 정비례하고 있다.
하루 이틀 재택 할 때는 나름 일에 여유가 좀 있지만, 출근하는 날에는 정례 위클리와이슈 논의 등 못했던 회의가 겹치면서 하루가 쏜 살 같이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아내는 1년 만에 다시 조직 이동을 하려 하고 있어, 바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처지다.
균형감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과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늘 어디선가 꿈틀거린다. 그러나 과제를 해결해야만 하고 나아가 내가 맡은 일에 보람을 느끼고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은 늘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법. 보통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아내와 내게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 중 1순위는 바로 목디스크다. 뻐근한 목과 뭉친 어깨, 그리고 두통까지 연달아 오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다.
요 며칠 전,퇴근 후 집에 들어섰다. 중문을 열기 전 창으로 비친 아내의 얼굴이 굳어 있다. 보통은 아내는 내가 돌아오면 어디선가 밝게 웃으며 나타나는 게 보통인데 말이다.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소심한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어디가 아파?'
그러자 아내가 대답하길, '자기 표정도 이럴 때 많아.'
아내보다 표정이나 표현이 무뚝뚝한 편이긴 하나 내게 허락된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인데. 아쉽고 서운하지만 지금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대답이 저렇게 나온 다는 것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증거다.
'왜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야? 아니면 어디가 아픈 거야?'
그러자 아내가 회사 때문에 어제오늘 두통이 없어지질 않는다며 그제사 회사 이야기를 꺼낸다. 조직 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약은 언제 먹었냐는 물음과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늘 가던 한의원에 가자는 나의 말에 아내는얼굴에 엷은 미소를 되찾았다. 그렇게 싸늘한(?) 위기를 잘 넘기고 나서, 자기 전. 목디스크를 완화시켜주는 안마를 해주겠다고 말하니 역시나 웃으며 침대에 바로 엎드리는 아내.
그리 길지 않은 안마를 해주는데 다소 손길이 거칠었는지, 아내가 엎드린 채 말했다.
으음~, 자기! 나중에 안마를 배워야겠어...
응? 나만?
하하하! 아니 우리 둘 다 배워야지~ 푸핫!
그렇게 둘이 한참을 웃었다. 다행히 혼자만 안마를 배울 뻔했던 절체절명(?) 위기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조금 더 세월이 지나나중에 시간이 많아지면 무엇을 배울지 이야기할 때가 종종 있는데, 진지하게 아내와 함께 스포츠 마사지라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생사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