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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Dec 18. 2020

고기 튀김인 것 같기는 한데...

(Un-known, 국적불명) 폭망 한 이국적 요리 도전기 - 번외 편

 영국의 요리가 특별한 게 없기로 유명한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중에 대표 요리라고 할 만한 것이 피시 앤 칩스로 알려져 있는데, 또 한 가지 영국의 대표 요리로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스카치 에그. 에게~ 겨우 삶은 달걀 튀긴 거잖아 하면서 깔봤다가 폭망 한 요리. 


 개인적으로 달걀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튀긴 음식은 더 좋아하니 이런 최상의 조합도 없겠다 싶은 요리가 스카치 에그지만, 조리를 위해 손이 많이 가는 듯하기에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집에서 만드는 이국적 요리 매거진을 핑계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재료를 준비를 시작했다.


음식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런던 피카딜리에 있는 유명 백화점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는 스카치 에그가 1738년 본사에서 발명한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그 당시 피카딜리는 여관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여행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 스카치 에그가 발명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요리는 중앙아시아와 남부 인도의 요리법을 결합한 과거 무갈 제국의 무글라이(Mughlai) 요리 중 삶은 달걀에 다진 양고기를 감싸 튀긴 ‘나지시 코프타(Nargisi Kofta)’와 매우 흡사하여 이를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출처: 스카치 에그 [Scotch egg] (두산백과)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달걀이 6개밖에 없지만, 그 정도면 뭐 충분하다 싶어 가장 먼저 달걀 삶기 시작. 먼저 완벽한 반숙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과해 끓는 물에 4분 정도 삶고 나서 아주 조심스럽게 깠다.


아뿔싸! 너무 덜 익었다!


 그리고 소금이나 식초도 넣지 않고 삶아서 잘 까지지도 않았다. 늦게나마 다시 조금 더 삶아 봤지만 또 너무 반숙에 집착해 완전 대 참사!


삶을 때 부터 계란을 던져 넣어(?) 살짝 깨져버릴 때 부터 좋지 않은 징조가...


 달걀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만들어 놓은 소로 감싸기는 불가능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소를 이용 멘치 카츠로 요리 방향을 수정하며 고기 소를 동그랗게 굴리는 순간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집에 있던 달걀을 전부 다 삶아 버렸다. 빵가루를 묻혀야 하는데...


아뿔싸, 빵가루를 묻힐 달걀이 없네!



 똥 멍청이와 같은 실수였다. 요리를 도와주던 아내가 달걀을 사 올 거냐고 물어봤지만 애써 침착한 척 그냥 할 수 있다고 둘러댔다. 동그랗게 뭉친 고기에 억지로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냈다. 튀겨냈으나 전혀 바삭하지 않은 게 문제. 원인은 집에서 급조한 습식 빵가루가 붙지 않아 튀김옷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멘치 카츠도 먼가 어설프게 나온 듯 해 오기발동! 그나마 덜 깨진 달걀로 스카치 에그를 기어코 만들어 보겠노라 도전했으나, 결과는 저기 안드로메다에서 떨어진 행성과 같은 참혹한 모습뿐이었다.


 에게~하며, 영국 음식으로 시작해 일본 음식 스타일의 음식을 만들고, 마지막은 달걀노른자를 소스로 함께 먹는 국적불명 고기완자 요리로 단락 되었다. 다소 정체불명의 요리긴 했지만 고기를 기름에 튀기고 달걀의 고소함으로 맛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음에 위로를 삼으며, '집에서 만드는 이국적인 요리'는 초토화된 부엌을 남긴 채 폭망 한 채로 종결되었다.


 모든 일이 매번 다 성공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더 빛나는 법이라며 다음에 있을 이국적인 요리 본편에서 성공적인 요리를 기대하면서... 국적불명의 고기 튀김 완자의 적당량 레시피는 생략.


정체불명의 고기 완자 튀김
노른자 실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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