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수시를 마무리하며 1
대입 자기소개서는 2024학년도부터 전면 폐지된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고3 수험생과 담임 교사를 괴롭힌 서류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질 테지만 2023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므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4년이라는 짧은 입시 지도 경력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2022학년도 대입을 기점으로 자기소개서 문항이 수정되었다. 이전에는 공통 문항 3개, 총 글자 수 3,500자였던 양식이 2022학년도부터는 공통 문항 2개에 총 글자 수 2,300자로 대폭 줄었다.(수시 6개 지원 횟수에 포함되는 학교의 자기소개서 문항 기준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2021학년도까지는 각 대학별로 '자율 문항', 마의 4번까지 포함하면 원서 접수 사이트에 기입해야 할 자기소개서 분량이 어마어마했다. 지금은 한 반에 자기소개서를 열 명이 쓴다고 가정한다면 첨삭해야 할 문항이 열 개나 줄어든 셈이니 자기소개서 밀착 지도를 고집하는 나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이다.
거두절미하고 기존의 문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021학년도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
1.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띄어쓰기 포함)
2.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1,500자 이내, 띄어쓰기 포함).
학생들이 가장 곤욕을 치르는 구간인 1, 2번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한 기억이 없다며, 의미 있던 활동은 도대체 뭘 적어야 하나며 난항을 표했다. 학생들이 작성해온 초고는 거의 자동기술법에 의한 의식의 흐름이었으므로 도저히 교수님들의 깊은 식견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글이 태반이었다. 자기소개서 우수 사례와 작성법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샅샅이 분석해가며 상담을 통해 한 문장씩 수정해 나갔다. 총 2,500자를 창작하는 것은 평범한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고통'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고맙게도 이 두 문항이 하나로 합쳐졌다.
<2022학년도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
1.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본인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띄어쓰기 포함 1,500자 이내)
만약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2021학년도, 2022학년도 수시 전형에 모두 지원한 수험생이라면 1, 2번에서 적었던 내용을 한 문항으로 합친 후 1,000자를 줄이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진로와 관련'된 경험이어야만 한다. 기존의 1번 문항에는 진로와 상관 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과목이거나 부족하게 느꼈던 부분을 열심히 공부하여 학업 역량을 높인 과정에 대한 느낀 점을 기술해도 무방했지만 새로 바뀐 1번 문항에는 반드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학업 경험을 서술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의미 있는 교내 활동 또한 자신의 희망 학과, 진로와 깊은 연관이 있어야 한다.
1번 문항에 들어갈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본인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
주로 진로와 관련된 교과목의 성적이 향상된 경험을 적는다. 내신 시험이나 모의고사를 치른 후 낮은 성적을 받은 과목에서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고 보완하여 다음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경험을 기록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은 스스로 학습하기, 학습플래너 활용하기, 친구와 같이 공부하기, 적극적으로 매체를 활용하여 모르는 내용 알아내기, 선생님께 여쭤보기 등이 있다. 시험 공부와 관련된 경험 외에도 희망 진로, 학과와 관련 있는 탐구 및 실험, 보고서 작성 활동에 대해 기재해도 된다. 성적이 향상된 후 또는 전공 관련 심화 탐구활동 후 진로에 대한 포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적는 것이 좋다.
(2) 본인에게 의미 있는 교내 활동
희망 진로, 학과와 연관된 경험을 적어야 하며 전체 내용은 시간 순서대로 적는 것이 좋다. 또한 앞 문단과 뒷 문단은 연결되는 내용으로 적는 것이 글의 통일성을 높일 수 있다. 동아리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한 경험, 축제를 준비한 경험, 봉사활동 중 기억에 남았던 일, 수학여행이나 야영에서 의미 있었던 일, 교내 수행평가를 실시하며 친구와 협력했던 일 등 주로 친구들과 함께, 또는 다른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해낸 경험을 많이 적는다. 교내 활동 역시 희망 진로나 희망 학과와 연결 지어 리더십, 끈기, 협동 능력 등 내면의 성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를 기재하면 된다.
(1), (2)를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읽기 편안한 글이 된다. (1)을 750자 내외로 적을 경우 (2) 또한 750자 내외로 적는 것이 좋으며 (1)을 500자 내외로 적을 경우 (2)는 2가지 정도의 교내 활동을 1,000자 내외로 적는 것이 무난하다.((2)에서 2가지 활동을 1,000자로 적을 경우 두 문단으로 나누는 것이 보기 편하다.) 1번 문항을 마무리할 때는 희망 진로를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추게 되었는지, 포부는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좋다.
하나 더, 1,500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길다. 따라서 첫 문단에 해당 진로나 학과를 희망하게 된 계기, 급변하는 사회(4차 산업혁명 등)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해당 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기재해주면 전체적으로 당위성 높은 글이 된다.
그렇다면 1번 문항의 소재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1) 본인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의 경우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예과를 희망한다면 수학, 공통과학, 생명과학 과목의 세특에 적힌 활동 내용을 토대로 좋은 성적, 지적 역량 함양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자세히 기재하고 긍정적으로 변화된 부분이나 미래의 의사로서 새롭게 다지게 된 포부를 적으면 좋다.
해당 과목에서 수행평가로 모둠 활동을 했다면 과제 수행 과정, 결과, 자신의 역할이 기재된 것을 자세히 풀어쓰는 것도 가능하다. 모둠원과 협동하여 무엇을 조사했고 어떤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발표했는지, 활동 및 발표 과정에서 느낀 점이나 깨달은 점은 무엇인지 적으면 된다.
(2) 본인에게 의미 있는 교내 활동의 경우 '수상경력'란의 수상 내역(현재 대학에 제공하는 수상 경력은 1학기 에 1가지뿐이므로 어떤 것을 제공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자율활동',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에 기재된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
3년 간 많은 영역에 다채로운 활동이 적혀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적힌 내용이 적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희망 학과, 진로와 관련된 소재를 찾아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든다. 간호학과를 지원할 경우 봉사활동상황과 동아리활동에 적힌 봉사 관련 내용을 활용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경험을 통해 사랑과 헌신, 배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라고 서술하면 된다. 또한 진로 시간에 간호사에 대한 직업을 구체적으로 탐구하여 발표했다면 '진로활동'란에 적힌 '간호사에 대한 심층 탐구 활동'을 소재로 삼아 간호사의 의무와 역할을 깊이 있게 이해하였으며 어떠한 위급 상황에서도 적합하고 올바른 진료를 하는 간호사가 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고 적으면 된다.
다음으로 마지막 문항의 변천을 살펴 보자.
<2021학년도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
3.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2022학년도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
2.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띄어쓰기 포함 800자 이내)
2021학년도 3번 문항과 2022학년도 2번 문항은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문항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잘 읽어 보면 같은 문항임을 알 수 있다. 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를 실천하는 것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없이는 불가능한 행위이며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해야만 실천 가능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주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위기가 생겼을 때 친구와 함께 협력하여 어려움을 이겨 나간 상황에 대해 적으면 된다. 또는 공동체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스스로 해결해 본 경험에 대해 기술한다. 전체적으로 하나 또는 두 개의 문단으로 작성한다.
적는 순서는 ‘① 갈등/문제가 발생한 배경 → ② 갈등/문제가 발생한 이유 → ③ 친구 또는 주변 사람과 어떤 의견 차이가 있었는지 (생략 가능)→ ④ 자신이 생각한 갈등/문제 해결 방안 → ⑤ 이러한 해결 방안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고 설득했는지 → ⑥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친구 또는 주변 사람과 협력했는지 → ⑦ 어떻게 해결되었으며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 ⑧ 갈등/문제 해결 후 느낀 점, 성장한 점(배려심을 배움, 의사소통능력을 함양함, 협업 능력을 기름 등)’이다.
위 순서를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대체적으로 이러한 흐름으로 작성하면 문항의 의도에 충실한 글이 된다.
이제 2번 문항의 소재를 찾아보도록 하자.
2번에 적합한 소재는 자율활동,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에 있다. 즉, 생활기록부 기재 항목 중 어느 부분을 활용해도 좋다. 단, 너무 많은 소재를 2번에 모두 쓰는 것은 글이 조잡해 보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1,000자에서 800자로 글자 수가 꽤 줄었으므로 소재 하나를 정하여 충실히 적고 그에 따른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잘 기재하는 것이 적절하다.
눈 씻고 찾아봐도 남을 위해 노력한 경험이 없어 2번에 적당한 소재를 찾지 못했다면,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는 않은지 샅샅이 살펴보자.
중등 교사를 희망하는 남학생의 경우,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는 내용으로 2번을 작성하고 싶어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마땅한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2번은 꼭 전공, 학과와 관련된 내용을 적지 않아도 된다. '타인이나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내용이면 되는 것이다. 포기하고 자기소개서가 없는 다른 대학을 찾아보려는 순간 1학년 자율활동란의 짧은 문장이 눈을 사로잡았다.
'교내 스포츠리그(0000.00.00.)의 탁구 선수로 출전하여 복식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둠.'
여기서 말하는 '역전승'은 혼자서만 일군 성과가 아니다. 타인과 힘을 합쳐 얻어낸 값진 결과이다. 또한 학급에 우승이라는 전리품을 선사한 것이므로 단합심과 협업 능력을 기르게 된 경험으로 서술하기에 충분하다. 탁구 경기 출전 계기와 연습 과정, 경기 중 연속된 실점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응하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 끝에 팀 전체에 승리를 안겨 준 것에서 교사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연결할 수 있다. 한계에 부딪힌 학생의 고통에 공감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인내심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힘으로써 차별화된 스토리를 완성한 것이다.
글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빈 한글 문서 앞에서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지 말자. 자기소개서는 정성 평가의 영역이므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해당 학과를 왜 진학하고자 하는지, 원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 어떤 꿈을 펼치고 싶은지 한 문장씩 만들어내다 보면 미래에 대한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생각으로, 목표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용기 내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