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빛 Nov 01. 2022

상담의 이유

누구보다도 상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

 누군가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고 끊임없이 나에게 투자했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태껏 아이들과 상담하며 나는 괴롭게 공부했던 과거를 수없이 되새긴다.


 공부하던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나 값지고 알차게 그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끝에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어려운 공부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학년 두 개를 걸치고, 고3 담임을 하면서 논문에 통과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제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도 그 기회를 주고 싶다. 아무리 허황되고 큰 꿈이라고 생각될지라도, 감히 그 자리를 어떻게 넘보느냐 내게 반문하는 아이들에게 당연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생기부에 목숨을 걸고 내가 자는 시간을 포기해서까지 상담에 열의를 잃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끔찍했던, 어둠의 문턱으로 몰아세웠던 그때 노량진에서의 내 모습에 대해 재정립할 수 있어서이다.


 나는 너무나 내 시간을 잘 살았고 그때 괴로웠기 때문에 지금 능력 있는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불투명한 미래, 불확실한 결과로부터 도망치치 않아서 너무나 다행이다.


 물론 대학 합격 가능성에 대해 논한다면 '힘들다, 어렵다'는 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하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아이의 잠재력을 속단하고 싶지 않다. 아이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상담과 입시 지도를 계기로 가능성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는 생각으로 생기부를 쓰고 상담을 하고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며 면접 지도를 한다. 지도에 있어 한톨의 부족함도 없어야 한다. 내가 삶에서 느꼈던 희망, 가능성, 자신감을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그게 상담의 이유다.


 고3 담임 5년째.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잘 해낼 것이다.



"수용소에 있을 때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때도, 나는 내가 세계에서 제일가는 배우라고 믿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한 생각으로는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나를 구했다.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나는 고달픈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일찌감치 삶을 포기해 버렸을 것이다.

-찰리 채플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