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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mind May 27. 2019

홋카이도 3일째 / 7월16일

오로론라인

대부분의 영웅서사시의 구조가 먼저 주인공이 역경과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스토리가 대부분이죠. 드래곤볼도 그렇고 ㅎ 무난하게 성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아무래도 그닥 재미가 없습니다. 전날의 엄청난 비바람 속을 달린게 앞으로의 여행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자신을 한단계 더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오로론라인을 달렸습니다. 오로론라인이야 말로 이번 홋카이도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에그조틱한 울림과 그것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저를 홋카이도로 인도한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짐을 챙깁니다. 이 고어텍스 양말도 어제 큰 역확을 해주었습니다. 아직 구두가 다 안 말라서 오늘도 양말 위에 이 고어텍스 양말을 신습니다.  

오타루 아사리 클라세 호텔(小樽朝里クラッセホテル). 제대로 된 호텔이라 다행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 건 아니고 단지 안개일뿐인데...바이크로 달리면 옷이 젖어드네요...; 일단 안개가 낀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합니다. 스피드를 내면 낼수록 옷이 더 젖어들어 우비를 입을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만 서비스 에리어가 없는데다가 다행히 안개가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어느샌가 오로론라인을 달리고 있었네요. 네비게이션이 96.2Km앞에서 우회전하라고 알려줍니다. 러시아에 비할건 아니지만 토쿄나 관동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거대한 스케일에 마음이 흔들리네요. 반할 것 같습니다.  

언덕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작은 어촌이 관동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굉장히 멀리까지 보여서인지 원근감이 좀 이상해지는 느낌이네요.  

아직 안개가 짙네요. 이제 슬슬 해가 좀 떴으면 좋겠습니다.  

달리는데 추워져서 미치노에키 이시카리 "아이로드 아쯔다"(국도 휴게소, 道の駅石狩「あいろーど厚田」)에 들립니다. 생긴지 얼마 안된 시설이라 그런지 관광객들도 많고 굉장히 붐비더군요. 다만 휴게소 상인들이 이런 장사에 익숙하지 않아서 헤메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쉬면서 라이딩 자켓에 내피를 붙입니다. 관동에서는 한겨울에 바이크 타는 스펙입니다..;


참고로 홋카이도의 이런 국도 휴게소들이 그닥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는 곳들이 많더라구요. 화장실하고 자판기 정도만 있고 식당은 없는데도 많고...  

휴게소 건너편이 아쯔다 해변 풀이라는 조그만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거기서 물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영상 10도가 조금 넘는 날씨였는데...홋카이도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합니다.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니 해도 나오고 점점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딱 이미지속 홋카이도의 느낌입니다. 해변도로가 달리면 달릴수록 기분이 좋습니다.  

도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들린 오후유 주차장(雄冬駐車場)에서 만난 폭포 시라가네노 타키(白銀の滝). 어제 내린 비때문인지 굉장한 박력입니다!  

그런데 화장실은 고장...; 옆에 있던 할리 타시는 형님께서 저 화장실 몇년전부터 계속 고장중이라고 합니다 ㅎ  

대신 근처의 오후유항 부근에 다른 화장실이 있어서 거기로 갑니다. 홋카이도에는 각양각색의 방파제가 있더군요. 형태도 다양하고... 저는 이 오소독스한 형태의 데트라보트를 제일 좋아합니다^^  

또 홋카이도에는 이런 나무집? 판자집? 같은게 많이 있는데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집부터 흉가까지 아주 다양하게 있더라구요. 일본보다는 러시아나 사할린 느낌이 물씬 나는데 해변가에 나무 벽을 세워논 나무집들이 아주 이국적입니다.  

마시케쵸(増毛町)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음식점 교시노 야도 세이호우(漁師の宿 清宝). 한번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갔습니다. 음식점이 또 어디에 있을지 몰라서...;  

연휴의 마지막날이기도 해서 가게안에 손님이 꽤 있네요.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서빙을 하고 계시는데 업무량을 다 처리 못하시고 좀 불안불안 합니다. 우니동을 주문하고 기다려도 기다려도 주문한 음식이 안 나옵니다. 30분정도 기다리다가 못 참고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니 주문이 안 들어가 있네요..;  아 그냥 갈까 하다가 주방에서 금방 된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래서 기왕 기다린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5분도 안되서 우니동이 나옵니다. 사실 우니동이 뭐 그렇게 조리가 필요한 음식이 아닌데 말입니다. 

음식맛이라는게 먹을때 기분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여서 아 이걸 맛있게 먹을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한입 먹고나니 그 기분이 눈녹듯이 사라지면서 행복한 느낌이 드네요.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 달달한 그 맛이 입에 쫙 달라붙습니다. 분하지만 너무 맛있네요...  

오로론라인을 달리다가 만난 큐 하나다케 방야(旧花田家番屋). 인터넷에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는게뭔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건물이라서가 아니라 길 옆에 미치노 에키 (국도 휴게소,  道の駅おびら鰊番屋)옆에 딱 붙어 있어서 겸사겸사 사진을 찍는 바람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사진 찍은걸 보면...  

오로론라인에서 풍차를 발견해서 근처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처음 본 풍차라 엄청 흥분했는데 홋카이도에 풍차가 엄청 많더라구요. 나중에 질릴 정도로 보고 왔습니다 ㅎ  

셀카도 찍었는데 중요한 풍차가 전혀 안 보이네요 하하하

풍차를 줌으로 당겨서 찍어 봤습니다.  


이날 어디서 묵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1 후보가 미사키다이 공원 캠핑장(みさき台公園キャンプ場)으로 꽤 인기가 있는 캠핑장인것 같은데 연휴 마지막날이고 해서 텅텅 비어 있네요. 프리 사이트도잘 관리된 잔디가 쫙 깔려있고 혼자 독점할 수 있네요. 일반 사이트는 각각의 사이트마다 개수대가 있네요! 멋집니다. 다만 아직 오후3시라 조금더 갈 수 있을거 같아 이 캠핑장을 포기하고 좀 더 가보기로 합니다.  


그 다음 도착한 곳이 카센공원 캠핑장(河川公園キャンプ場). 여기도 아무도 없어서 쾌적하게 혼자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까 미사키 다이 캠핑장에서 가까워서 아직 3시 20분. 왓카나이(稚内)까지 가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먼저 갈려고 했던 곳이 왓카나이 삼림공원 캠핑장(稚内森林公園キャンプ場)이었는데 무료지만 차가못 들어가고 언덕 위에 있는데다가 씻을데가 없어서 최종적으로 소우야 후레아이 공원 캠핑장(道立宗谷ふれあい公園オートキャンプ場)에서 묵었는데 이게 아주 굉장히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프리사이트인데도 불구하고 각 사이트별로 번호가 부여되어 있고 사이트가 정해져 있습니다. 둥글게 다른 곳보다 잔디를 짧게 깍은 부분이 해당 사이트로 아이디어가 재미있네요^^  


프리사이트 근처에 캠퍼즈 하우스라는 시설이 있어서 샤워, 코인란도리, 자판기, 텔레비전 등이 있고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샤워부스가 무료로 샴프, 보디소프, 헤어드라이기까지 갖추고 있네요! 바이크의 경우 캠핑장 이용 요금이 500엔인데 이렇게까지 해주고 남는게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쓰레기 버리는것도 공짜고 코인란도리의 세제도 공짜. 감동이네요.  

이날은 이런 느낌으로 설치 완료. 이 타프도 익숙해져서 이제 각이 좀 사는거 같습니다.  

메스틴에 밥을 합니다. 일단 쌀을 물에 30분정도 담가둡니다.  

근처의 세이코 마트에서 장을 봐왔습니다. 삿포로 클래식은 빼놀수가 없네요.  

저녁은 LEE매운맛X20배 카레!  

일단 그전에 삿포로 클래식을 마시고  

불을 끄는 타이밍이 너무 빨라서 밥이 딱딱합니다..; 한번 더 가열을 했더니 그런대로 먹을만합니다. 캠핑에서 먹는 밥은 실패해도 어느 정도는 만회가 가능한거 같습니다. 배고픈데 뭐 이런거 저런거 가릴 처지가 아니죠.  

카레를 얹고 토핑으로 매추리알을 얹습니다. 딱딱한 밥이 신경 안 쓰일 정도로 맵네요...; 매운맛20배는 좀 오버인거 같네요. 다음부터는 매운맛10배 정도로 사야 겠습니다.  

초승달이 예쁘네요. 터키 국가 같다고 생각했는데 방향이 반대네요.  

밤하늘을 배경으로 텐트와 타프를 찍어 보기도 하고  

바이크를 찍어 보기도 하고  

바이크가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술이 좀 올라오는거 같네요. 하이볼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봅니다 ㅎ

북두칠성도 찍고 밤하늘 사진찍고 놀다가 피곤해서 10시정도에 잠자리에 듭니다.  

새벽 2시정도에 텐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여우가 와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도 그다지 놀라지도 않고 먹을걸 찾고 있더군요..; 제 눈을 빤히 보면서 먹을거 있으면 좀 달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요. 이때는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동네 고양이처럼 여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역시 홋카이도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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