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워크숍이 있어 잠깐 독일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여전히 평균 온도가 15도 정도를 웃돌고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독일스럽게 어두컴컴하고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제 얼굴을 덮칠 때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쾌하고 산뜻한 기분에 환영받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핀란드에 살 때는 아주 익숙했던 이 공기가 스페인에 2년 가까이 살면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크숍을 마치고 팀원들과 함께 다름슈타트 시내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습니다. 다행히 겨울 자켓을 들고 갔지만 밖은 꽤나 추웠습니다. 추워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는데 한 팀원이 글루와인(Glühwein)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생긴 걸 보니 핀란드의 글로기(Glögi)와 매우 유사했습니다. 글로기에 대한 추억도 많이 있어 기쁘게 글루와인을 한 잔 주문했습니다. 입에 대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운 글루와인을 받았고, 핫팻 삼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얼었던 온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한 오랜만에 느끼는 차가운 행복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죠. 오직 추워야지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우나도 생각나더라구요.
가끔 지인들이 부러워하며 얘기를 합니다.
"스페인 살아서 너무 부럽다. 거긴 항상 날씨가 따뜻하잖아."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는 추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알 수 없고, 그 반대로 날씨가 추운 곳에서는 따뜻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정적인 행복을 알 수 없지 않을까. 어디에 살던 그 환경에 맞게 나의 행복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