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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뱅이무쵸 Nov 27. 2024

차가운 행복

저번주에 워크숍이 있어 잠깐 독일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여전히 평균 온도가 15도 정도를 웃돌고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독일스럽게 어두컴컴하고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제 얼굴을 덮칠 때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쾌하고 산뜻한 기분에 환영받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핀란드에 살 때는 아주 익숙했던 이 공기가 스페인에 2년 가까이 살면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크숍을 마치고 팀원들과 함께 다름슈타트 시내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습니다. 다행히 겨울 자켓을 들고 갔지만 밖은 꽤나 추웠습니다. 추워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는데 한 팀원이 글루와인(Glühwein)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생긴 걸 보니 핀란드의 글로기(Glögi)와 매우 유사했습니다. 글로기에 대한 추억도 많이 있어 기쁘게 글루와인을 한 잔 주문했습니다. 입에 대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운 글루와인을 받았고, 핫팻 삼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얼었던 온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한 오랜만에 느끼는 차가운 행복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죠. 오직 추워야지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우나도 생각나더라구요. 


가끔 지인들이 부러워하며 얘기를 합니다.

"스페인 살아서 너무 부럽다. 거긴 항상 날씨가 따뜻하잖아."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는 추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알 수 없고, 그 반대로 날씨가 추운 곳에서는 따뜻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정적인 행복을 알 수 없지 않을까. 어디에 살던 그 환경에 맞게 나의 행복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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