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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May 02. 2024

아저씨도 귀여울 수 있을까

다정한 인사의 힘





선거 유세 기간이었다. 아침 출근길, 신호 대기를 하며 정차해 있는데 맞은편에서 큰 트럭 하나가 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트럭에는 세 명의 아저씨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이하 나란히). 도로 옆으로 인도 끝자락에 서서 오는 차마다 넙죽넙죽 인사를 하는 아저씨 두 분(이하 선거)이 계셨다. 트럭이 신호를 받아 사거리를 건너는 데,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잠깐의 장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란히 아저씨들이 너무너무 해맑은 표정으로, 선거 아저씨들을 보며 손을 흔들며 인사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네모나고 동그란 레고 같았다. 여태껏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지, 선거 아저씨들도 나만큼 깜짝 놀라 보였다. 온몸으로 띠용?!을 말하고 있었다. 선거 아저씨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폴짝폴짝 뛰며 손 인사와 넙죽 인사를 번갈아 했다. 아니 무게감이 조금 있어 보였으니 풀쩍풀쩍이었던 것 같다. 50대 남성 2명을 지면에서 그렇게 높이 띄워 올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나란히 아저씨들의 염력이 대단해 보였다.






아침부터 그런 생경한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났다. 동화를 보는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 프로 아저씨 편견러(한때 아저씨들은 다 재미없고 순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음) 출신으로.. 귀감이 될 만한 예시였다. 그리고 '답인사'라는 게 선先 인사를 보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싶었다. 폴짝 아니 풀쩍 뛰게 할 만큼.





며칠 뒤 사전투표를 하고 나왔을 때, 운전하는 오빠 옆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유세 어머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서 손 흔드는 게 보이려나?' 오늘따라 약간 진하게 썬팅한 유리창에 아쉬움을 느끼며 나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막 흔들었다. 그랬더니 어머님들께서 더 환한 미소로 답하며 팔을 높이 올려 흔들어 주셨다. ㅎㅎㅎ. 이런 거구나. 되게 기분 좋네? 내가 뽑은 색의 어머님들이라 더 기분이 좋았던 건 비밀이다.






서로의 이름도 역사도 모르는 사이에, 무해한 미소를 보내는 것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드물고 귀한 일인지. 나는 해맑은 답인사를 넘어, 먼저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인가? 앞으로 더 밝은 미소로 인사해야지. 나는 초초초 멋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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