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기간이었다. 아침 출근길, 신호 대기를 하며 정차해 있는데 맞은편에서 큰 트럭 하나가 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트럭에는 세 명의 아저씨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이하 나란히). 도로 옆으로 인도 끝자락에 서서 오는 차마다 넙죽넙죽 인사를 하는 아저씨 두 분(이하 선거)이 계셨다. 트럭이 신호를 받아 사거리를 건너오는 데,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잠깐의 장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란히 아저씨들이 너무너무 해맑은 표정으로, 선거 아저씨들을 보며 손을 흔들며 인사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네모나고 동그란 레고 같았다. 여태껏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지, 선거 아저씨들도 나만큼 깜짝 놀라 보였다. 온몸으로 띠용?!을 말하고 있었다. 선거 아저씨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폴짝폴짝 뛰며 손 인사와 넙죽 인사를 번갈아 했다. 아니 무게감이 조금 있어 보였으니 풀쩍풀쩍이었던 것 같다. 50대 남성 2명을 지면에서 그렇게 높이 띄워 올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나란히 아저씨들의 염력이 대단해 보였다.
아침부터 그런 생경한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났다. 동화를 보는 듯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 프로 아저씨 편견러(한때 아저씨들은 다 재미없고 순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음) 출신으로.. 귀감이 될 만한 예시였다. 그리고 '답인사'라는 게 선先 인사를 보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싶었다. 폴짝 아니 풀쩍 뛰게 할 만큼.
며칠 뒤 사전투표를 하고 나왔을 때, 운전하는 오빠 옆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유세 어머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서 손 흔드는 게 보이려나?' 오늘따라 약간 진하게 썬팅한 유리창에 아쉬움을 느끼며 나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막 흔들었다. 그랬더니 어머님들께서 더 환한 미소로 답하며 팔을 높이 올려 흔들어 주셨다. ㅎㅎㅎ. 이런 거구나. 되게 기분 좋네? 내가 뽑은 색의 어머님들이라 더 기분이 좋았던 건 비밀이다.
서로의 이름도 역사도 모르는 사이에, 무해한 미소를 보내는 것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드물고 귀한 일인지. 나는 해맑은 답인사를 넘어, 먼저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인가? 앞으로 더 밝은 미소로 인사해야지. 나는 초초초 멋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