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그 애의 꿈을 꿨다.
그 애는 지난 몇 년간 찰거머리처럼 날 따라다녔다.
끝없는 악의와 악행을 옆에서 지켜보고
또 몸소 당했던 지라
너는 내게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증오는 애정과 미련으로 바뀌어
애증의 형태를 띠는가 보다.
하긴 몇 년을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질 못했는데
그럴 만도 하다.
그 애를 이해해 보려고
얼마나 다각도로 생각해 보았는지.
한 사람을 이토록 복합적인 관점으로 생각해 본 일이,
과연 내 인생에 있었을까?
너는 내 생각을 하긴 할까.
원래 때린 사람은 발 뻗고 잔다는데,
뭐 그렇겠지.
나 같은 건 잊은 지 오래겠지.
너는 원래 다른 사람은 신경도 안 쓰잖아.
하지만 가끔 꿈에 등장할 때
아주 약간은 긍정적인 인간으로 묘사되는 걸 보면,
드디어 너를 용서하려나 봐.
더 이상은 이 숯덩이를 쥐고 있지 않겠다는,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자 몸부림이겠지.
이제 네 마음이나 생각은 관심 없어.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려 한다.
네가 준 시련을 통해 난 성장했다.
네 덕분에 오빠라는 보물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네 덕분에 인간에 대한 깊은 궁금증이 생겨났고
네 덕분에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기 시작했고
네 덕분에 숨은 악의를 가진 사람을 피할 줄 알고
네 덕분에 한 사람을 치열하게 미워했고,
또 나를 위한 용서를 하는 중이야.
쉽게만 살면 재미없어 빙고니까,
삶의 레벨을 높여 준 것에도 감사해.
네가 아니었으면 그저 돌멩이 같던 내가,
이토록 간절하게 성숙한 어른이 되려
발버둥 칠 수 있었을까.
관계에 조심성이 생기고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었을까.
마냥 네 잘못만은 아닐 테니까.
좀 아팠지만, 많이 따끔했지만
그래도 고맙다.
너는 내 성장의 촉진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