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주택에 사시는 엄마 집에 놀러 갔다가,
골목길이 꽝꽝 얼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차가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사고가 날 것 같았기에
오빠는 곧장 근처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실제로 코너를 돌던 오토바이가 넘어졌다.)
나는 행정센터에서 와서 뿌려주는 건 줄 알았는데,
골목길은 주민이 그곳에 방문하여 염화칼슘을 받아
자신의 집 앞에 직접 뿌려야 한다고 했다.
설명만 들어도 귀찮아진 나는
흐린 눈을 하고 있는 와중에,
오빠가 “내가 갔다 올게!”하더니
금방 염화칼슘 포대를 받아 왔다.
나는 포근한 이불속에 돌돌 말려 있었고,
오빠는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10여분 정도 염화칼슘을 뿌렸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오려는데,
오빠가 골목길에 더 뿌리고 가자 했다.
생각보다 재밌다길래 그래? 하며
장갑을 끼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왔다.
아마 ‘재밌는 거’라면 놓치지 않는 나를 위해
권유했던 것이리라.
모든 것이 꽁꽁 어는 추운 날씨에 목장갑을 끼고
그릇으로 골목 구석구석 뿌려대니 너무 즐거웠다.
게다가 차주 본인은 모르겠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스무스하게 지나가는
다른 차를 보니 더 뿌듯했다.
한참을 뿌리는데,
갑자기 오빠가 더 멀리까지 뿌리자고 했다.
우리 집 앞에만 하면 되지 않나 싶어
왜 거기까지 뿌리냐 물으니,
오빠는 다른 사람도 안전하게 다녔으면 한다고 했다.
뭐랄까 나는 착한 남자가 이상형은 아닌데,
문득 오빠의 선함이 빛날 때면
눈이 반짝하며 다시금 반하게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 사람이 많은 곳을 걷다
오빠가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부딪힌 적이 있다.
그때 오빠의 말과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기억엔 아이가 와서 먼저 부딪혔던 것 같은데,
너무나도 다정한 웃음을 머금고
몸을 기울여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미안해요~”라고 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겐 아직도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장면이었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귀하게 여기는 모습이 좋았다.
가장 약한 존재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람이라면
내게는 더없이 따듯하겠구나 싶었다.
결국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의 의미를
곰곰 곱씹어 본다.
옆 사람의 온기를 닮고 또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