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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Apr 18. 2024

어린 양들의 밤

위로가 필요해




녹다운이 돼서 집에 누워 있는데, 친구 생각이 났다. 전화를 걸어 있었던 일에 대한 회포와 소소한 일상을 나눴다. 어제는 유독 우리에게 힘든 날이었다. 쌀쌀하고, 춥고, 피곤했다. 지친 마음을 잔잔히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평소와 비슷한 텐션으로 올라오고 있는 우리 자신을 느꼈다. 서로를 통해 회복되고 힐링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h.p 체력 게이지가 느리지만 조금씩 차오르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딱 4년 만에 힘든 일을 겪었다. 분노로 인한 눈물이 아니라 상처로 인한 눈물이 너무 오랜만이었던 지라,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여지껏 분노나 상처나 거기서 거기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두 감정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다르구나, 하고 원치 않게 알아 버렸다.





우리는 사람한테 질려버린, 더 정확하게는 상처받은 마음을 공유했다. 은은하게 켜놓은 무드등과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 이 두 가지는 잠시나마 나를 온전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이불이 부드러웠고 약간 쌀쌀해진 방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문득 우리가 아직 약하고 여린, 어린 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우리 지금 완전 어린 양들의 밤이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그러니까. 힐링돼 ㅠㅠ"

"그치.. 왠지 모르겠지만 힐링된다.. 너 <양들의 밤> 봤어?"

"양들의 밤..? 그게 뭐지? 나 몰라"

"어? 되게 유명한 영환데. 근데 나도 안봄"



놀랍게도 그런 영화는 없었다..

양들의 침묵만이 있을 뿐..




아휴. 힐링이 뭐 별 건가. 위로는 뭐 어렵나. 다들 이렇게 살(아내)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오늘 밤도, 별도 양도 아닌 마음을 헤아리며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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