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키워드, 습관
아빠의 습관
누군가의 습관에는 그가 살아온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같은 습관이라도 뒤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법이다. 그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동안 알고 있던 그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진다.
어릴때부터 나는 부모님의 전화를 자주 받는 아이였다. 지금 어디에 있고, 언제 집에 돌아올지. 이런 부모님의 전화는 내게 사랑의 크기로 느껴졌고, 이런 습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나에게 큰 노력이 들지 않고, 부모님은 나의 안위를 알 수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가끔 바쁘거나 전화를 놓치면 걱정하는 부모님을 보며, 단지 연락이 닿지 않아서 불편하시구나 하고 생각했다. 특히 아빠는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항상 걱정이 섞인 메시지를 남기셨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인가?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아빠는 다섯 남매 중 넷째로, 막내 삼촌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당연하게도 어렸던 나는 그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모른채 자랐다. 그런데 알고보니 막내 삼촌은 친구들과 차를 빌려 여행을 떠나던 중 사고가 나셨고, 그 일로 네명의 부모님은 아끼던 아들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아빠는 우리 남매가 밖에 있을 때 자주 전화를 해 안위를 확인하고자 하셨고, 가끔 전화를 받지 않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기 전 아빠의 습관은 단순한 걱정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 겹 벗겨낸 습관의 이면에는 깊은 가족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걱정의 깊이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깊었고, 그 습관 속에 담긴 아빠의 마음은 훨씬 더 진했다. 아빠니까 당연히 가지고 있는 습관이라 생각했던 그 방식이, 이제는 내게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여러분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습관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미뇽
습관을 통해서도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상대방의 어떤 습관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기 전에 우선 상대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마음을 가져봐야겠어요.
현의
에피레터는 매달 한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현의/미뇽이의 에피소드를 메일로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에피레터 최신호를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무료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