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오래전 사랑하는 여자와 만났다.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출판사 편집자 막내 시절 내 월급은 4대 보험을 제하면 110~120만 원가량이었고, 통장에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책, 글자)을 하려면 돈이 아닌 열정으로 사는 전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 나는 오기로 일하고 배웠다. 여자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 했다. 난 자신 없었고. 결혼을 목적으로 날 만났던 여자는 지지부진한 내 모습에 실망했고 우린 자주 싸웠다.
어느 카페에서 조용히 헤어지기로 이야기 나눈 후, 6개월이 지난 즈음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 여동생과 같은 학원에서 논술 강사로 일했던 여자는 40대 목사를 만난 지 불과 두어 달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했다.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갈 거라고.
한참이 지나 내 월급과 연봉은 그때보단 나아졌다. 게다가 혼자 살면서 딱히 돈 쓸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상대가 없다. 이게 삶인 건가. 쓸데없는 지난 이야기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