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본가에 들렀다가 과거 사진들이 담긴 앨범을 펼쳤다. 돌 무렵부터 유치원(태권도 학원), 초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군 시절 사진까지 담겼다. 배경이나 환경은 각기 다른데 똑같은 게 하나 있다. 뾰로통한 표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줄곧 같은 표정이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그 어린 시절에도 나는 무리에 어울리지 못했다. 어떤 사진이든 ctrl+c, ctrl+v한 것처럼 침울한 표정이다. 어린 꼬마가 뭐가 그리 힘들다고 침울한 거니? 사진 속 꼬마에게 물었다. 대답하지 않는다. 꼬마도,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쯤이면 우울한 인생은 거의 운명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우울하다고 해서 그리 특별하다거나 이상한 상황은 아닌 셈이다. 계속해왔던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가만히 있던 꼬마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꾸짖는다. 청승 그만 떨어요, 아저씨. 사람들은 다 외롭대요. <외로운 사람들>이란 노래도 몰라요?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만나면 행복하여도/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비라도 내리는 쓸쓸한 밤에는/남몰래 울기도 하고/누구라도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마음 설레어보네”
-이정선, <외로운 사람들>에서
꼬마 덕분에 유튜브 뮤직을 켜서 노래를 찾아 듣는다. 울컥하지만 울지는 않을 거다. 누구라도 우린 외로운 사람들이니까. 이 외로움이 나의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꽤 편안해지지 않을까. 넌 나를 떠나지 않겠지. 이런 생각에 젖어들 무렵 꼬마가 다시 나를 부른다. 아저씨, 청승 떨지 말라고 했지! 아저씨는 지금 괜찮아요. 내가 보기엔 충분히 괜찮거든요. 근데 이상해. 어른들은 이상해. 괜찮은데 왜 안 괜찮은 거야? 그럼 넌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어? 밥을 굶어서 그러지. 배고프면 정말 화가 나거든요. 선생님이 밥을 안 줘요.
아저씨랑 나랑은 달라요. 같지 않아. 아저씨는 나보다 이상해. 우울해? 그럼 크게 웃어봐. 아니면 산책을 해봐요. 밤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지 않아? 아저씨는 취미도 많잖아. 내가 이해 못하는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얼마나 좋아? 난 부러워요.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요. 난 아저씨 같은 어른이 되진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