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인싸들은 주말이면 온갖 번화가를 섭렵하며 뜨거운 날들을 보내겠지만, 내게는 그런 날들 따위 없다. 혼자서 커피를 만들어 내려 마시고,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책을 뒤적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플리(플레이 리스트)를 켜놓고 일기를 쓴다. 특별한 것 없지만, 특별한 것이 없어서 좋은 주말 혼자 놀기다.
혼자 놀기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던 때도 있다. 그냥 혼자서 노는 건 좋은데, ‘혼자 놀기’라는 고유명사 안에 그 시간을 집어넣으니 강박이 생겼다. 지금보다는 잘 놀아야 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유한한데, 시간을 이렇게 소비해도 되는 걸까? 나이 들면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혼자’라는 말보다 더 부담되는 건 ‘놀기’다. I로 시작하는 내 MBTI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은 다 알겠지만 함께 있을 때 원체 잘 놀지 못한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분위기를 즐겁게 유도할 줄도 모른다. 그렇다고 남들이 함께 놀 때 잘 끼어드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셋 이상이면 으레 입 다물고 시간을 때우는 게 일상이다.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취재하는지 궁금하겠지만 일이 되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알아내기 위해, 상대방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고 듣는다.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밝게 웃는다. 일할 때만 보면 성격 밝아서 좋겠다고 하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침묵 모드로 돌아간다.
‘놀다’와 ‘놀이’의 정의가 재미있다. ‘놀이’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이라는 뜻인 데 반해, ‘놀다’는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놀이’에는 함께 논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고, ‘놀다’에는 즐겁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전만 보면 나는 ‘놀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잘 ‘놀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놀다’에서 즐거움에는 어떤 기준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
잘 노는 데 어떤 급이나 단계가 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사람마다 잘 노는 기준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야외 활동을 해야, 다른 누군가는 뭔가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잘 노는 것이라 믿는다. 난 그냥 되도록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 믿는다. 설령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만큼만 한다. 운동을 예정대로 끝냈더라도 부족하게 느껴지면 삼십 분가량 더 한다. 커피 만드는 일이 부족하면 다른 레시피를 궁리해 실험해본다. 스스로 원하고 바랄 때 하는 일들은 그만큼 몸과 머리에 잘 들어온다. 그럴 때 쌓인 경험들은 훗날 내 소중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번 주말에도 나는 ‘놀이’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잘 놀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밥을 지어 먹고, 1시간가량 웨이트 운동을 하고,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 걱정이나 강박 없이 쉬는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잘 놀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라. 생각보다 나는 잘 노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