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사랑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처음 해본 건 장국영이 담배 피는 사진을 봤을 때다.
(출처: 바이두)
<아비정전>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같은 왕가위 영화는 물론이다.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금지옥엽>, <야반가성> 등 무수한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홍콩배우 장국영은 아주 오랜 기간 내 마음 속 넘버 원이었다.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그저 최고는 장국영이었다는 말이다. 연약한 듯 보이지만 날카롭고, 날카로운 것 같지만 여린 그의 연기를 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영화관과 비디오 가게를 들락거렸다. 웃고 있어도 어딘가 아픔은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더 연약하고 날카로운데도 지켜주고 싶게 생긴 그를 보고 있으면 남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정적인 사진은 위 사진이다. 사실 이 사진은 그가 2003년 4월 1일 세상을 떠난 후 발견했다. 당시 블로그에 추모 글을 남기기 위해 인터넷을 찾던 나는 이 사진을 발견하고는 바로 느낌표(!)를 떠올렸다. 사진에서 장국영은 왼손의 집게손가락으로 지그시 입술을 누르고, 오른손에는 3분의 2쯤은 타버린 듯한 담배 꽁초를 든 채로 왼쪽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흑백사진이라 검정색 외투와 그 안에 입은 밝은 계열의 셔츠가 더 극적으로 대비돼 보였다. 마치 무덤덤한 표정 뒤로 가녀린 숨소리를 숨긴 사람 같았달까. 가르마를 타 오른쪽으로 살짝 내려간 머리카락들 덕에 그의 얼굴은 섹시하게 느껴진다. 조각으로 빚은 듯 가지러한 눈썹과 맑은 눈망울, 연필로 그린 듯 반듯한 콧날은 마치 누군가를 유혹하는 듯 보인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다. 내가 동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그의 죽음에 난 서럽게 울고 탄식했다. 마치 까마득한 어둠의 숲속에서 낮은 목소리로 우는 부엉이처럼. 가만 보니 장국영의 얼굴은 부엉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는 동안 자주 괴롭고 힘들어 했다는 장국영도 부엉이처럼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서럽게 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