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탐색

by 제주많은수영


2년전 일이다.

동네 친한 언니와 약속이 있던날,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배를 타고 약 20분간 작은 섬으로 들어갔다.

슬슬 걸어다니면서 사진찍어야지 했던 내 바램과 다르게

언니는 뜬금없이 스쿠터대여점을 갔다.


이거 타봐.

스쿠터는 타본적도 없는데 무슨 스쿠터야. 나 그냥 뒤에 탈래.

그냥 타봐. 안죽어. 자전거 탈줄알지?


원래 무대뽀성격인건 알았지만

나 참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라니.

당황스러웠지만 어버버 거리는 사이에

사장님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미 2시간씩 대여된 스쿠터가 내 눈앞에 있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는 이걸 당기고

자 앞으로 나갈땐 오른쪽 손잡이를 당겨요! 그렇지!


사장님의 인강강사 뺨치는 30초 속성강의를 듣고 앉아버렸다.

더운 여름날 식은땀이 등에 흐르고 있었다.


언니! 그래서 이거 이제 뭐 어떻게 해야하는데! 나무서워!


대답없이 부릉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과 옷들을 휘날리며 언니가 떠나버렸다.

입으로 작게 욕을 하곤 방금배운 오토바이 타는법을 떠올렸다.

그래 브레이크만 잘잡으면 안죽겠지뭐!

후- 하고 숨을 뱉고는 이미 땀으로 흥건해진 핸들을 당기며 출발했다.


처음에는 휘청휘청하다가 탁 중심을 잡은후로

어쩐지 겁이 나지 않았다.

조금 달렸을까 아까는 더워죽겠던 여름바람이

선풍기를 틀어놓은것처럼 시원하게 솔솔 불어왔다.


10분쯤 달린뒤, 언니는 해물라면집 앞에 멈춰섰다.

나도 따라멈췄는데 씨익 웃으며 뿌듯해하는 언니를 보니

어쩐지 웃기기도하고 엉겹결에 타고 여기까지 온 내가 대견하기도 했다.


봐봐! 너잘타잖아!


뭐랄까 어릴때 처음 자전거타서 칭찬받는 그 느낌이 났다.

괜시리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이 감정에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나는 늘 새로운것에 겁을내는 편이고,

언니는 보란듯이 딱 한뼘 앞장서버리는 사람이였다.


그 언니는 그 이후로도

늘 내 궤도를 부셔버리곤 했다.

그리고 난 그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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