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삶의 마지막
'생명 활동이 완전히 종료되었음을 의학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법적으로 증명하는 선언 행위'
의료법에 따라, 오직 의사만이 사망선고를 할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 수많은 임종의 순간들을 지켜보며, 나는 삶의 마지막 무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의학적으로 생명의 끝을 진단하는 하고, 법적으로 이를 진단하는 행위, 바로 사망선고. 이 엄숙한 선언의 순간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진정한 이별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된다.
보호자를 동반한 사망선고의 시간은, 때때로 숨 막힐듯한 무거운 공간으로 변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눈앞에 둔 슬픔과 애통함이 공간을 가득 메울때, 나는 그들에게 냉정하게 다음 절차를 안내해야만 한다.
고인을 모실 장례식장이 정해졌는지, 필요한 서류들이 있는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거나 사후처치 등.
오롯이 슬픔에 잠길 시간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보통은 공동병실을 사용하고, 따로 임종실이 없는 병원이 많기때문에, 공동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기억에 남는 한 노부부환자가 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지극정성 이였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위중했는데 스스로 음식을 삼키는 힘이 부족해 폐렴증상이 반복되었다. 의사는 할아버지에게 L-tube*를 처방했다. 자녀의 동의를 얻었지만, 할머니는 '아플 때는 잘 먹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할머니는 우리 몰래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드렸고, 그 결과 안타깝게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보호자의 잘못된 믿음이 비극을 초래하는 순간이었다.
진짜 문제는 그 후 였다. 할머니는 의사의 사망선고를 막으며 격렬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죽은 거 아니야!우리 아저씨 죽으면 안 돼!" 슬픔으로 인한 절규라고 생각해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할머니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랜시간 진정되지 않았고, "난 절대 인정못해! 사망신고 안해"라는 말까지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또 한마디는 순간 충격적이였다. " 우리 아저씨는 국가유공자야. 죽으면 연금 깎여 안 돼" 그 순간, 나는 인간의 존엄과 삶의 마지막 순간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두 시간 후 도착한 자녀들이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현실을 부정했고, 장례 후 실제로 연금이 줄어들자 퇴원을 결정했다. 그 모든 소동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고인의 애도보다는 할머니를 달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씁쓸함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 산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말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희미해지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나의 삶의 마지막을 더욱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기위해 현재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함께 지내는 환자분들의 삶의 마지막을 온전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싶다.
*L-tube: 비위관(Nasogastric tube)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코를 통해 위까지 삽입되는 튜브이다.
흔히 콧줄이라고도 한다. 주로 위장관 감압, 약물 주입, 영양 공급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